30분 인터뷰 열번째 이야기
무수한 소음 속에서 무언가를 꿈꾸고, 만들어가는 사람들. 작은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며 우린 모두 과정 속에 있습니다. 그 안에서 발견하고 싶습니다. 각자만의 고유한 이야기를요.
요즘 어떻게 지내요. 우리 30분만 이야기합시다.
1. 요즘 어떻게 지내요. 근황을 들려주세요.
어쩌다 사장이 되어 제주 세화 오름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고 있다. 스탭으로 일하다, 사장님께서 먼저 이 게스트하우스 사장을 해보지 않겠냐고 말씀 주셨었다. 처음엔 한 달로 시작했다가, 뭔가 해보려면 한 분기는 더 필요하진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우선은 6월까지 이곳을 운영해 보기로 (실제) 사장님과 얘기 나눴었다.
아, 아주 최근엔 체력이 너무 딸려서, 사장 자리는 내려두고 게스트하우스 홍보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세화에 있는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인터뷰 프로젝트 '내일세화'를 기획하고 있다.
일기 쓰기, 운동하기, 매일 마음먹고는 있는데 역시나 잘 안된다. 책 읽기도..
2.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이 일을 만나고 삶의 변화가 있나요. 있다면 무엇이 바뀌었나요.
23년 9월 말에 제주에 내려와서, 현재 8개월 정도 제주 세화 오름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장으로 일해보니 시키는 일을 하던 스탭일 때랑 역시 많이 다르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게 보여서 현실적인 눈이 많이 커진 것 같다. 제주 오기 전엔 서울 건축사무소에서 건축 설계하는 일을 했었다. 건축 설계는 없는 걸 만들어내는 일이었는데, 게스트하우스 운영은 만들어진걸 계속 잘되게끔 운영하는 일이다. 그 사이의 변화라면, 사람을 보는 눈이 생겼달까. 스탭일 때와 사장 자리에 있을 때 게스트분들을 응대하는 방식이 또 다르다. 요즘은 이 일이 천직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오시는 게스트분들을 통해서 매일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 같아서, 그들이 겪어왔던 시간들을 만나며 그곳에서 배우는 게 참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매일 새벽 5시, 게스트들과 함꼐 오름투어를 간다.
3. 당신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하나를 하더라도 관련된걸 다 공부해보고 싶어 하는 성향이다. 이건 건축을 공부할 때부터 그랬다.
늘 내가 쓸모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야 내 주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지 않겠나. 그 과정에서 모르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는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여태껏 나를 만난 사람들의 합이라고 생각한다.
4.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다면요.
워낙 천천히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서울에서 모든 일들은 시간에 맞춰 빠르게 진행되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방황하며 병원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제주에 있으면 시간이 흐르는 걸 볼 수 있다. 잔디가 푸릇해지는 모습이라던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는 건 몸을 움직이는 솔직한 일이다. 움직이는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니까 작은 성취감을 자주 느끼게 된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환경에 있을 수 있는 것, 지금은 세화인 것 같다. 나는 나만의 속도로 가는 게 좋다.
5. 고마운 사람이 있나요?
오름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전 직장 어떤 빌런 때문에 퇴사를 하고, 어딜 가야 하지 고민하다 처음으로 떠오른 곳이 게스트로 여행 왔던 이곳이었다. 다시 왔을 때 사장님께서 스태프로 흔쾌히 오라고 하셔서, 덕분에 지금까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장님을 닮고 싶은 어른이라고 쓴 적도 있다. 세심하신데 여장부 스타일이시다. 사람들을 리더십 있게 이끄시는 모습들, 그러면서 작은 것들을 놓치시지 않는 모습. 스탭 한 명 한 명 신경 써주시는 면모가 있으시다.
연말에 육지에 남겨두고 온 것들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이 되게 많았었다. 그때 고민상담도 되게 잘해주셨었다. 여기서 원하는 거 찾을 때까지 여기 있어도 좋다고 해주셨었는데 참 든든했다.
INFJ의 인간화랄까?
6.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또 반대로 듣고 싶나요.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마을 기획, 독서 모임과 같은 모든 활동들이 '나'라는 이야기를 찾기 위한 과정인 것 같다.
군대에 있을 때 '중간만 가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일자로 선을 그어놓고 경쟁하는 사회에서, 선의 중간쯤에 있어야 피해 안보며 편하게 살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삶도 똑같이 '적당히 살자'인데, 균형을 맞추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젠 세화 해변에서 지는 노을을 보며 책을 넘기고 있는데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도 들리고, 파도 소리도 들리고, 기가 막힌 타이밍에 절에서 소리가 울렸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다양한 요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는 것이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과거엔 사람이 좋으면 완전 직진이었다.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주는 스타일. 생각해 보니 거기엔 기대도 있었던 것 같다. 나의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그렇게 나만의 균형을 찾으며 지내고 싶다. 각자의 원들이 점점 커지면 자연스럽게 합쳐지면서 같이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듣고 싶은 이야기는,
학교를 다닐 때는 정해진 루틴이 있으니 그대로 하면 됐는데, 사회에 나오니 그런 테두리가 없어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방황한 만큼 나의 원 사이즈가 넓어지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듣고 싶은 이야기는 '너 잘하고 있어!' 나를 지킬 수 있는 그런 말들.
7.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세화 많이 사랑해 주세요.
5월 제주 여행에서 묵게 된 게스트하우스엔 아주 넓은 마당과 활짝 웃으며 친절히 맞아주시는 사장님이 계셨다. 나 또한 나만의 속도가 무엇인지 아주 궁금하던 날들에 그의 이야기를 마주하고선 잠시 함께 멈춰있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어떤 원을 그리며 우리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걸까. 그가 있는 곳에서는 아주 큰 나선이어도 괜찮다고 믿게 된다. 반듯하지 않아도 좀 더 멀리 돌아가도 된다고.
서울과 제주.
건축 설계과 게스트하우스 운영.
직장 퇴근 후 러닝과 오름게스트하우스 새벽 오름투어.
두가지 삶 사이에서 그가 발견하고 있는 조각들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오늘 새벽에도 어김없이 낯선이들을 태우고 오름으로 향하는 봉고차에서, 게스트들과 기울이는 술잔에서,
또 새로운 조각을 발견하길 바라면서.
그가 더 궁금하다면.
설가람 개인 SNS.
https://www.instagram.com/94river/?igsh=M3QzeWNmcjdweW55
그는 현재 '내일세화'라는 프로젝트로 세화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naeilsehwa/?igsh=MWg3cm56NmtmMTdwMQ%3D%3D
현재 운영하고 있는 제주 오름게스트하우스.
https://www.instagram.com/oreum_official/?igsh=MXh0aHFyYWt3OW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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