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시대, 공공디자인에 대한 변화하지 않는 인식
공공디자인이라고하면 모두 생소하게 들리실거에요. 당연합니다. 공공디자인은 여러분들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제 모습을 제대로 드러낸 적이 없었습니다. 공공디자인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공공디자인이라는 영역이 뭔가 한 문장으로 정의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어려운지는 정의의 끝판왕 정부 기관들이 공공디자인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공공디자인 현황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산업통상자원부, 2015>
하지만 각 기관들의 정의를 훑어보면 작은 공통점 하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조성/제작/설치/운영 및 관리하는 무언가를 더 좋게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공디자인 영역에서 2016년은 매우 중요한 해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공공디자인과 관련한 법률이 공식적으로 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공공디자인 진흥에 관한 법률 (약칭 : 공공디자인법)>이 2016년 2월 제정되고 8월 전격 시행됩니다. 해당법률에서는 공공디자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공공디자인"이란 일반 공중을 위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이하 "국가기관등"이라 한다)이 조성·제작·설치·운영 또는 관리하는 공공시설물등에 대하여 공공성과 심미성 향상을 위하여 디자인하는 행위 및 그 결과물을 말한다."
결국 기존에 다양한 기관들의 공공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잘 버무려 놓은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한국에서는 공공디자인이 오랜기간 동안 국가의 시설물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정입니다. 법이 제정된지 약 2년이 지난 지금. 실제로 행정부처에서는 공공디자인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요?
한국에서 무언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고자 한다면 관할세무서를 통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신청 과정에서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생산해내는지 ‘업태’와 ‘업종’으로 나누어 표시해야합니다. 며칠 전 미토콘드리아 스튜디오도 사업자등록증을 신청하기위해 세무서를 방문했는데요. 신청서상에 ‘업태’에 서비스, ‘업종’에 공공디자인 이라고 기재하여 신청하였습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여지없이 질문이 들어옵니다. “공공디자인이 뭔가요? 이런건 항목에 없는데. 시설물 디자인 하시는건가요?”공공디자인을 정의한 가장 권위있는 법조문에도 시설디자인 이상의 것을 상상하기 어렵게 정의되어있습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가장 적절한 질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조차도 공공디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담당공무원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우리가 하는 일을 이런저런 방향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시각디자인’코드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공공디자인은 오랜 시간동안 국가기반시설을 위한 디자인에 갇혀 있었지만, 우리가 고민하고 에너지를 쏟아온 공공디자인은 그것이 아닙니다. 공공디자인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쉽고 매력적인 정의가 필요합니다.
공공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근본적인 문제해결
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더 세련되게 표현한 사람이 있습니다.
영국의 공공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은 공공디자인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더 나음을 위한 변화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하고 모든 것을 수단으로하는 공공디자인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추상적인 정의가 더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공디자인은 국가가 소유한 벽과 기둥에 묶여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어떤 곳 어떤 형태로든 모두의 삶에 더 나음을 위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모두 공공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울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