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션 하는 츠타야의 철학

『츠타야, 그 수수께끼』 마스다 무네아키 × 가와시마 요코

by TODD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말을 요즘은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쉽게 답하기가 어렵죠. 의식주라는 기본적인 틀로 설명할 수 있지만, 결국은 내가 어떤 옷을 즐겨 입는지, 어떤 음식을 선호하는지, 어떤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그 조합이 쌓여 하나의 '삶의 방식'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이니까요.


그렇다면,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삶을 제안하는 공간


일본의 대표적인 서점 브랜드 츠타야(TSUTAYA)는 이 질문에 가장 흥미로운 해답을 보여줍니다. 기능적으로는 서점이지만,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는 츠타야를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미디어 상점으로 정의했습니다.


제가 도쿄 출장 중 여러 츠타야 지점을 직접 방문했을 때, 가장 강하게 느낀 것도 바로 이 점이었습니다. 책이 단순히 장르별로 정리된 게 아니라, 고객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새로운 분류 방식으로 배열되어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여행서적 옆에 사진집이나 잡지, 심지어 관련 영화 DVD와 여행용품까지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지식'이 아니라 '경험'을 통째로 제안하는 방식이죠.


스타벅스와 협업해 매장 내부에 만든 북카페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고르고,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 자체를 하나의 경험적 콘텐츠로 설계한 것이거든요.


마스다는 이렇게 말합니다. "책을 고르는 공간과 시간이 소중히 느껴지는 체험을 고객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었다"고요.


물건이 아니라 세계관을 파는 시대


마케팅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마스다의 이런 철학이 더욱 와닿았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강조합니다. 이제는 물건을 많이 진열한다고 해서 고객이 행복해하지 않는다고. 중요한 것은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제안할 것인가'라는 점이라고요.


이 대목에서 저는 자연스럽게 애플 스토어를 떠올렸습니다. 실제로 책 속에서도 애플 스토어의 사례가 등장하거든요. 사람들은 단순히 아이폰이나 맥북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는 게 아닙니다. 애플이 그려놓은 미래의 라이프스타일, 다시 말해 브랜드의 세계관을 경험하고 싶어서 매장을 방문하는 거죠.


"애플 스토어가 그만큼 인기 있는 것은 '상품'의 힘 때문이 아니다. 애플 스토어의 세계관을 경험하고 설렘을 느끼기 위해 찾아가는 것이다."


츠타야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단순히 책이 아니라 삶의 방식, 취향, 태도를 함께 제안하는 거예요.


기획의 핵심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


이 책은 츠타야가 어떻게 탄생하고 성장했는지를 담은 기록이지만, 단순한 성공담은 아닙니다. 마스다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건, 기획의 본질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라는 점이거든요. 관찰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지를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죠.


"마스다씨가 추구해 온 것은 '사람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고찰하고 그것을 기획에 반영하는 일이었다."


이 부분은 브랜드 기획자, 공간 디자이너, 마케터 모두에게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고객은 논리가 아니라 '기분'과 '감정'에 의해 움직이니까요. 결국 브랜드 경험이란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거죠.


획일화를 거부하는 지역성의 힘


제가 방문했던 롯폰기 츠타야는 '지역성'을 반영한 큐레이션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일한 간판을 걸고 있지만, 지역 주민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매장을 차별화하는 전략이었어요. 마스다 역시 "앞으로의 체인점은 전국적으로 획일적인 매장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독자성을 토대로 특색 매장의 형태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곧 오늘날 브랜드 경험의 핵심을 보여줍니다. 대량생산과 일률적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 시대, 고객은 자신이 속한 맥락과 취향을 존중해 주는 브랜드를 선택하거든요.


나에게 던지는 질문


『츠타야, 그 수수께끼』는 인터뷰 형식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브랜드와 공간, 그리고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새겨야 할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특히 저는 츠타야가 보여준 사례가 단순히 '서점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늘날의 모든 브랜드는 결국 '라이프스타일 제안자'가 되어야 하니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떠오른 질문이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브랜드(혹은 콘텐츠)는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가, 아니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가?"


마케팅 실무자로서, 또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 찾아가고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공간을 기획하는 분, 브랜드 경험을 고민하는 분, 그리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단순한 성공 사례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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