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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Mar 14. 2016

경비실 아저씨의 사는 이야기

우리 사회에서 쉽게 보는 차별받는 사람들


 얼마 전, 인터넷 뉴스를 읽어보다 어떤 아파트에서 경비원 아저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일이 벌어진 기사를 읽어보게 되었다. 그 기사의 내용은 술에 취해서 귀가하던 한 남성이 경비실에서 치킨을 먹고 있는 경비반장과 경비원을 보고, "경비 주제에 월급 쥐꼬리만큼 받아서 근무시간에 치킨을 먹고 있느냐?"1면서 폭언을 하면서 급기야 몸싸움까지 벌였던 것이었다.


 당시 경비실에 있던 두 아저씨는 앞 상가에 있는 치킨집 사장님이 수고하신다면서 주고 간 치킨을 먹고 있는 것이었는데, 술에 취한 아파트 주민은 다짜고짜 문을 열고 머리를 들이밀고 폭언을 하는 것으로 모자라 폭행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더 웃긴 일은 이 사람이 처벌을 받기는커녕, 관리사무소에서는 아파트 주민에게 경비실 아저씨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는 거다.


 기사 전문을 읽으면서 나는 '어떻게 우리 사회는 지난 한 경비원 아저씨의 분신자살 사건 이후로 바뀐 것이 하나도 없는가?'이라는 탄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외에도 택배물을 가져가라는 전화에 아파트 주민이 경비실로 내려와 발길질을 하는 폭행 사건도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누구나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되면 이렇게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나는 내가 거주하는 경비실 아저씨와 잘 지내는 편이다. 아파트 내에서 마주칠 때마다 늘 웃으면서 인사를 한다. 작은 일이지만, 이 정도로도 분명히 서로가 기분이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주 책 택배를 찾으러 가면서 만나는 아저씨는 "지현아, 또 책 샀나?" 하면서 늘 웃으면서 택배를 건네주시고, 종종 건너가는 식으로 작은 농담을 던지기도 하신다. 이게 평범한 생활이 아닐까?


 며칠 전에는 새로 오신 경비실 아저씨께 '나중에 이 물건을 찾으러 사람이 오는데, 조금만 맡아주세요.'이라는 부탁을 하다 새로 오신 경비실 아저씨의 작은 한탄을 들을 수 있었다.


 아저씨는 "매번 우리한테 이렇게 심부름을 시켜놓고, 뭔가 착오가 생기면 맨날 우리 탓을 하니까 문제야."이라는 말씀을 하셨었는데, 아무래도 이런 일을 하시다가 과거에 갈등이 빚어져서 다른 곳에서 일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확실히 몇 아파트 주민은 이런 식으로 부탁해놓고, 중간 과정을 어설프게 하다 제 잘못은 보지 않은 채, 아저씨에게 책임만 운운하는 사람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괜히 잠시 경비실에 물건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했던 내가 죄송해졌었다. 우리 아파트의 경비실 아저씨가 어떤 식으로 자꾸 바뀌는지는 모르겠지만, 늘 웃고 계시는 분과 늘 불안해 보시는 분이 어느 사이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분들도 모두 정말 열심히 하려고 했었는데, 이번에 새로 오신 분은 어떻게 될지 몰라서 아저씨의 그 말이 오랫동안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사연에서도 많은 경비원 아저씨가 '모두가 그런 건 아닌데, 종종 유난히 못되게 구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가까운 우리 일상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아파트에서 분리수거를 하는 날에 쓰레기를 버리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쓰레기가 가득 들어있는 포대를 보며 "경비원은 뭐하노? 일은 안 하고."이라고 하는 말을 듣기도 했었다.


 혼자서 순찰을 하시고, 경비실에서 하는 잡일을 해야 하시고, 분리수거와 택배물을 전해주시는 것 등 여러 가지 일을 하시느라 경비원 아저씨는 항상 바쁘시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분리수거가 있는 날에는 쓰레기가 정말 장난 아니게 쏟아진다. 사람들이 붐비는 퇴근 시간에는 그 큰 포대가 금방 차 버리는데, 종일 붙어서 신경을 쓸 수 없을 정도라는 건 쉽게 알 수 있다.


 사람이 괜히 사람에게 얼굴을 붉히면서 무시하는 식으로 발언하기보다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언제나 비정규직으로 고된 일을 많이 해야 하는 경비원 아저씨는 연세도 있으셔서 힘들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전 모 연예인처럼 '아저씨가 불친절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혹시 불친절하지 않았나?'를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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