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콘서트 내일에 출연한 이유

(원고 17, 별첨) 내가 지식콘서트 내일에 출연한 이유

by 덕후 미우

지난 2011년 12월, KBS에서 진행하는 한 프로그램에 짧게나마 출연을 했었습니다. 딱히 뭐 그런 좋은 내용의 방송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보여주는 예로서 출연을 했던 것입니다. 일명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 중 한 예로서 말입니다. 이것은 큰 도박이었습니다. 그 방송으로 인해서 블로그의 세계에서 나름 기틀을 다지고 있는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질수도 있고, 더 많은 편견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제가 방송에 나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런 예를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저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이 히키코모리증을 앓거나 대인관계에 능숙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사람관계에 서툴거나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원인은 사람들로 인해서 큰 상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상처를 낫게 할 계기를 만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가 된다면, 결국에는 그 누구와도 이야기도 하지 않고 방에만 박혀있는 완벽한 히키코모리가 되는 것이지요.


저는 히키코모리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과 완전히 단절된채 집에서 어떠한 소통도 하지 않고, 방에 틀여박혀 있는 검은 속성의 히키코모리. 외부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내부에서는 가상을 통해서 활발하게 소통과 활동을 하고 있는 하얀 속성의 히키코모리. 이 두 종류가 말이지요. 저는 후자쪽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저의 이야기하는 포스팅에서 많은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오늘의 제가 그나마 웃을 수 있고, 현실에서 대인관계를 이끌어가는 능력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책과 애니메이션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책과 애니메이션이 한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었고, 그 선생님을 통해서 저는 블로그도 시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히키코모리는 분명히 나약한 자신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주위 환경에 속하는 사람들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불평·불만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따지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방송에서 하고 싶었고, 방송을 토대로 블로그에서도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출연했던 지식콘서트 내일에서는 저를 이렇게 소개했었습니다.


제가 이전에 군에서 귀가조치를 받은 이유를 허리 디스크와 몇 군데의 몸에 이상이 있다고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그것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것과 더불어 저런 단체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지요. 사실, 이 이유가 가장 큰 원인이기는 합니다만, 통상적으로 치유기간을 정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이런 대인관계를 하지 못하는 문제는 혼자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힘든 문제입니다. 이전 오프라인 모임에서 저를 만나신 분들은 아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어떠한 사적인 것을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가지를 못합니다. 그냥 '아, 네-' 혹은 '네...' 혹은 침묵을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가끔 짓는 미소)


저는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같은 책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통상적인 사람들과 만남에 있어서 타인에게 불쾌감을 덜 주고, 조금이라도 사람들과 더 친해질 수 있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을 했었습니다. 그것은 늘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를 걸려고 하지 않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 지 모르는 저 자신을 가르치고, 변화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저는 대략적인 반응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공적인 자리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대우를 하면 좋은지를 몸에 익힐 수가 있었습니다. 이전에 '내가 오타쿠에 히키코모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글에서도 이야기를 했듯이, 정말 아주 단순한 기본적인 의사소통 매너와 관련한 태도를 몸에 익힐 수가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계속해서 문제로 남아있는 것은 뿌리깊게 박힌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증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감정입니다. 이 원인에는 어릴 때부터 이어진 가정불화와 초·중학교 때 겪었던 각종 문제가 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람들이 많거나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위 이유입니다. 저는 솔직히 사람이 많은 곳을 가면 '언제 누가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강도가 있을 것이다. 인간 쓰레기가 있을 것이다.'라고 수십번을 넘게 생각하고, 일부 사람들이 저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이상하게 느껴지면, '왜 저렇게 나를 멸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지? 저놈이 날 치려고 하면, 이 자리에서 바로 죽여버린다.'라는 생각을 수 십번도 더 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심리학에서는 '사이코패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저에게 저를 침착하게 하는 이성이 없고, 책과 애니메이션과 선생님과 온라인에서 접했던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이 없었다면 저도 언제가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정말 무서운 일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렇게 나름대로 정상적이고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방송을 나가기로 결심을 하고, 방송에서 가명과 모자이크를 쓰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진실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신을 어떤 식으로 포장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방송을 통해서 잃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얻은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웃자고 이야기를 하자면 방송에 나간 것이라고 할 수 있고요(웃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저와 같은 사례를 가진 사람들이 그 방송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고 깨닫았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저와 같은 경험을 하고 지금 살아가고 계신 분이 방명록에 글을 남겨주시기도 하셨죠.


KBS 방송 보고 호기심에 들러봤습니다.

어제 방송 보고 노지님에게 관심이 생겼어요.

왜냐면 저도 20대 초반에 2년동안 히키코모리로 살았거든요.

저랑 조금 비슷하시더군요.

대학도 아웃싸이더 생활을 못 견뎌서 중퇴했고요, 그 이후 2년동안 방안에서

일본사람들하고 채팅하고, 일본 드라마 보고 그렇게 일본문화에 푹 빠지며 시간을 허비했죠ㅋㅋ

알고 보니 제가 남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건 경계성지적장애란 장애 때문에 그런 거였어요.

방송에선 마치 노지님을 하릴없이 허송세월하는 오타쿠인 듯이 평가절하했던데

여기 와서 글 읽어보니 전혀 아닌데요.

요즘 20대 초반 젊은 사람 중에 님처럼 생각이 깊고 남 배려하는 사람이 어딨을까요.

방송은 역시 믿을 게 못된다는 거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방송에서 일본기업에서 성인 히키코모리들 모아서 취업시켜주는 장면이 흥미로왔어요.

그 10여명 정도 되는 일본 아저씨들 히키생활 한 10년 이상은 했을 거 아니에요.

우리나라 같으면 인생 왜 사냐, 나가 죽어라 했을텐데

일본인들은 비슷한 사람끼리 모아서 일시키고 점심도 같이 먹게 하고...

하, 대인관계 맺는 게 힘들어 사회생활 못하는 저로선 참 부럽더군요.

점심시간에 그 아저씨들 점심 먹을 때 보니까 참 편해보이더군요.

똑같이 대인관계가 서투른 사람들끼리 모아놓으니까 서로 대화가 없어도 소외감 덜 느끼고

일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나름 나쁘지 않아 보이더군요.

제가 바라는 직장이 그런 거거든요.

같은 경계성지능인이나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끼리 모아서 작업장을 만들어

일하게 해주는 곳.

그런 곳에서 일하면 일반 직장보다 훨씬 소외감도 덜 들고 소속감도 느낄텐데 하고 말이죠.

그거 보면서 역시 일본은 선진국이나 했어요.

그렇게 히키코모리 자조집단을 만들어주고 취직도 시켜주는 등 약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나라는 어디 그런 게 있나요.

집단에서 소외당하면 넌 무능력해, 실패자야, 방안에나 틀어박혀 있어 하고

무조건 열외를 시키죠.

절대 일하기 싫어서 틀어박히는 게 아닌데,

일하고 싶은 맘은 굴뚝 같은데 단지 사회성이 부족해서 , 활발한 사람들 속에 있으면 숨이 막혀서

집에 울며겨자먹기로 피해 있는 건데, 그걸 이해해주는 정상인들이 한명도 없는 거 같네요.

주저리주저리 신세한탄 좀 했네요.

님을 보니 제 20대 초반이 생각나서 좀 애틋하면서 동병상련의 심정이 느껴졌어요.

암튼 우리 같이 힘내보자고요.


저는 결코 동정이나 멸시를 받으려고 방송에 나간 것이 아닙니다. 저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을 하려고 해야되고, 그 방식 속에서도 나름 일반적인 사람 못지 않게 잘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비록, 이번에는 방송에서 그러한 이야기를 전부 할 수가 없었지만, 이번 한 번의 기회가 있었으니 또 다른 기회가 또 올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바뀌면서 저는 저 자신을 가르치고, 저의 사례가 다른 사람들의 사례에도 적용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도 히키코모리증 오타쿠야? 괜찮아. 저 사람처럼 하면, 너도 성공적으로 살 수가 있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저는 급하지 않습니다. 인생이란 것은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떠나는 여행 같은 것이니까요. 게다가, 저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고 싶어하는 20대를 살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오프라인에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십년 후에는 오픈형이 되어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흠...)


전 누군가의 강압과 폭력으로 시켜서 하는 변화가 아니라, 저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를 가르치면서 조금씩 조금씩 변화해 나가고 싶습니다. 사회의 통상적인 관념에 얽메이지 않고, 그저 자유롭게 저 자신의 꿈을 향해서 달려나가면서 성장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2012년을 맞이했던 저의 가장 큰 비전입니다. 지금은 점점 한 발짝씩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죠. 이런 모습이면 충분한 게 아닐까요?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완주할 때는 일정한 호흡과 리듬을 유지하면서 고른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써 속력을 내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달려야 한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순간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긴 호흡으로 달리는 사람이 가장 멀리 간다.
- 하루에 한 번, 마음돌아보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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