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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Apr 03. 2017

오늘 내가 사는 의미를 고민하다

 우리가 사는 방식은 재미있거나 지루한 이야기 두 개 중 하나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한다. 오늘 당신의 삶은 재미있는가? 혹은 지루한가?


 아마 대답은 “때때로 재미있을 때도 있고, 지루할 때도 있다.”는 형식의 말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다. 보통 우리가 사는 삶이라는 게 그렇다. 재미있기만 하면 좋겠지만, 인생은 재미있으면 비극과 좌절이 우리를 찾아오게 된다. 우리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오늘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고, 오늘 우리가 재미있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발겨한다.


 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는 게 너무 재미없었다.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 죽지 못해서 산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매일 같이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눈을 뜨고 생활하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지난 삶은 온전히 내가 선택한 길을 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 정해놓은 길을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 길을 통해서 안정과 소소한 즐거움을 만났으면 이야기는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길을 통해서 표현하기가 어려운 일들을 많이 만났다. 그 길을 걷는 동안 자유는 없었고, 존중과 배려조차 없었다. 보이지 않는 폭력과 보이는 폭력이 가득했고, 사람들의 일그러진 욕심 속에서 도망치듯 살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사는 게 싫었다.


 솔직히 지금도 사는 게 즐겁다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그저 오늘 하루를 무의미하지 않게 보내기 위해서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일을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나는 오늘 열심히 살고 있다! 나는 오늘을 가치 있게 보내고 있다!’고 열심히 변명할 수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모습 또한 잘못된 모습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과연 이런 삶의 방식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종종 사람들은 나를 향해 너무 부정적으로 세상을 본다거나 인생을 즐기는 법을 좀 배우라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그 사람들도 언제나 사는 게 어려워서 속으로 불평과 불만을 나타내며 산다. 나는 이런 선택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그 이유는 제각각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고, 다른 사람은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타인에 불과하다. 애초에 우리 삶에 놓인 과제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신경을 쓰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일이다. 지금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나는 무엇에 함박웃음을 짓는지 알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하면 행복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확실하게 정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가는 사람은 하루하루가 재미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도저히 삶을 산다는 일이 재미있을 수가 없다.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거나 개인적인 비전이 없는 일을 하며 ‘생존’하기 위해서 오늘 하루를 견디면서 보낼 뿐이다. 이런 삶에 과연 행복의 조각이 있을까?


 이런 삶을 살면서 느끼는 우리의 감정은 무력감이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은 사람을 너무나 비참하게 만든다. 이 무력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사람은 정말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웃음을 지을 수 없다. 인생은 재미있는 일이 아니라 따분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되고, 결국 우리는 쭉 그렇게 살게 된다.


 이러한 삶에 대해서도 말로 하는 건 쉽지만, 늘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 주변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사는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겉으로 행복하다고 말하고, 즐겁다고 말하지만, 속으로 모두 매순간 망설이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지옥 같다고 여기는 하루를 힘겹게 견디고 있고, 어떤 사람은 행복해보이기 위해 포장하고 있을 거다.


 그래서 나는 나처럼 뭔가를 찾기 위해서, 의미 있는 삶을 보내고 싶어서 오늘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정리해서 내가 사는 의미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가 사는 방식이고, 아무리 이미 삶을 포기했다고 해도 가슴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욕구다. 인간의 가장 큰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한다. 오늘 나와 당신 모두 느끼고 있지 않을까?


 나는 어릴 때부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친구가 없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나는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도 ‘오늘 내가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는 고민을 했다. 지금도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나?’라는 질문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고, 내가 지금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무엇이고, 내가 웃을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내가 욕심을 품는 일은 무엇인지 묻는다.


 얕은 생각으로 허허벌판 같은 내 마음을 알 수 없어 많은 책을 읽었다. 이 글은 다시 한 번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라는 책을 읽으면서 적게 되었다.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해보며 책을 읽어보면서 나는 제법 많은 걸 떠올릴 수 있었다. 오늘 이렇게 글을 쓰는 일, 오늘 읽고 싶은 책이 당장 내 옆에 있다는 일 같은 것들을….


 <오는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의 저자는 30년 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 간 파킨슨병을 앓으면서 겪은 사는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언급하는 사례와 질문을 통해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걸까?’ 하고 스스로 물으면서 내 인생을 나로 살아가기 위한 고민을 해볼 수 있었다.


 책을 읽어보면 이런 글이 있다.


"당신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인생은 흘러가게 되어있어요. 당신이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보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고, 당신이 스스로를 실패자로 보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바라보는 시각 말고, 당신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그것부터 결정하세요."

스스로를 한심하고, 모자라고, 허둥대는 결점투성이로 바라보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착하고, 남을 배려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바라보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똑같은 나인데도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비난에 흔들리지 않고, 틀리면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고, 부당한 지적에는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늘 피해만 본다는 사고에 물들지 않고 타인과 대등한 관계에 설 수 있는 태도 또한 나를 믿고 존중하는 자존감에서 출발한다. 내가 나를 믿지 않는데 누가 나를 믿어줄 것이며, 내가 나를 보호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보호해주겠는가? 게다가 사랑받기 위해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해 봐야 그 기대를 다 충족시킬 수도 없을 뿐더러 결국에는 나 자신을 잃고 공허한 삶을 살게 된다. (p154-155)


 이 글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곱씹어본 장면이었다. 나를 믿고 존중하는 자존감이 나에게는 제법 부족하다. 거울을 볼 때마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옅어지고, 책 후기 동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려고 할 때마다 내 목소리와 발음이 너무 좋지 않아 촬영한 파일을 삭제해버린다. 나는 아직도 스스로를 한심하고 모자란 결점투성이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적으면서도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매일매일 몇 번이나 스스로 ‘노지야, 파이팅! 할 수 있다!’고 응원의 말을 보내며 조금 더 고개를 들고 살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그래도 잘 되지 않는 게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이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것보다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한데, 머리로는 알고 있는게 어쩜 이리 어려운 것인지….


 오랫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책을 읽으면서 아직도 나는 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예전과 비교하면 자존감도 높아졌고, 오늘이 재미있다고 생각할 때도 많아졌다. 때때로 오늘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정말 놀라운 변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공허감과 무력감은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는 질문을 마주하게 한다.


 오늘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누군가는 즐겁게 보내고, 누군가는 고단하게 보낼 오늘, 지금 여기라는 시간. 비록 늘 재미있는 삶이 되지 못하더라도 오늘 하루는 웃을 수 있는 일이, 그래도 오늘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인생이 드라마 같다는 말은 그러한 사소한 웃음이 쌓여 마지막에 퍼즐이 맞춰질 때를 의미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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