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그냥 취미로 시작하는 블로그이니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관심 있는 것을 가지고 글을 쓰면 된다고 말해도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관심 있는 것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어려워한다. 기본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누가 내 글을 읽을 수도 있는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 이유는 단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글쓰기는 내 생각을 쓰는 게 아니라 어떤 지문을 읽은 이후 요점을 정리하거나, 어떤 지문의 저자의 의도를 자유롭게 쓰는 게 아니라 정해진 답을 도출해야 하는 글쓰기였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블로그에 쓰는 글은 정해진 형태가 있지도 않고, 정해진 답도 없다. 그냥 자유롭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은 만큼만 쓰면 된다. 블로그 글이 노출이 잘 되고 저품질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1500자 이상을 써야 한다는 말이 있다 보니 처음부터 1500자 이상의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블로그로 돈을 벌기 위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취미로 시작했다면 상위 노출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음식 사진 한 장을 첨부한 이후에 "가격은 비쌌는데 맛없었다" 혹은 "가격이 쌌는데 맛있었다."라는 문장과 함께 식당의 이름과 메뉴만 적어도 맛집 후기가 될 수 있다. 책 사진 한 장을 첨부한 이후에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서 책을 읽었는데 잘 모르겠다." 혹은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서 책을 읽었는데 재밌었다."라는 문장 한 줄만 적어도 책 후기가 될 수 있다. 처음에는 그렇게 글을 쓰면 된다.
첫 문장 한 줄만 딱 적으면 그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왜 맛없다고 생각했는지, 맛있다고 생각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는지,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 한 줄 더 적을 수 있게 된다. 굳이 좋은 글을 쓰겠다고 힘을 주고 글을 쓰는 것보다 쓰고 싶은 만큼만 쓰는 것으로 충분하다. 중요한 건 한 줄이라도 좋으니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으로, 익숙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1500자의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눌 때 처음에는 헤매도 한번 말문이 트이면 계속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것처럼,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처음에는 헤매도 한번 쓰이기 시작하면 계속 글을 쓰게 된다. 내 글이 많은 사람에게 인정을 받고, 상위 노출이 되어서 많은 사람에게 좋아요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꼭 그렇게 되지 않아도 된다. 어디까지 취미로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지금도 '취미로 블로그를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들의 글을 보고 '나는 이렇게 글을 잘 쓸 자신이 없다'라며 망설이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플루언서들의 글은 인플루언서들의 글이고, 내 글은 내 글이니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우리는 사진 한 장에 문장 한 줄이면 충분하고, 사진도 귀찮으면 그냥 문장 한 줄로도 충분하다.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