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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Nov 03. 2024

가난이 서러울 때 나는 책을 읽는다

돈으로 행복은 살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행복에 대해 들었던 말 중에서 가장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말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혹시 내가 가진 돈이 적지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난이라는 것은 행복을 말하기에 너무 비극적이고 절망적이고 희망이 없다.


지난 토요일을 맞아 14화로 완결을 맺은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를 본다면 정태규가 법정에서 "나는 가난의 실체를 잘 아아. 가난은 희망이 없는 거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은 연쇄 살인을 저지른 것에 대한 변명으로 치부되면서 피해자들의 분노를 샀지만, 솔직히 '정태규'라는 캐릭터가 한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가난은 그런 것이다.


나도 가난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것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앞으로도 포기해야 할 것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지금도 나는 어머니와 함께 일을 하면서 거래처에서 돈을 받지 못해 카드 정지가 되어 있어 수중에 있는 현금은 제외한다면 쓸 수 있는 돈이 1원도 없었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당근에서 물건을 중고로 판매한 돈뿐이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에게 가난은 오늘을 살아가는 게 얼마나 비참한지 느끼게 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오늘만 해도 당근을 통해 사무실에서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를 8만 원에 팔았다. 당근 거래자 중 한 명이 네고를 해달라고 사정을 해서 만 원을 깎아 줬는데, 현장에서도 기름값 운운하면서 만 원을 더 깎으려는 것을 나는 애써 무시하며 7만 원을 받았다.


잠시 후 그 사람은 나에게 당근 메시지로 컴퓨터 사양이 맞지 않는다고 연락이 왔다. 알고 보니 내가 그래픽 카드 모델을 입력할 때 실수로 '1050 2g'가 아니라 '1060 2g'로 적어 놓았던 거다. 당연히 나는 속일 생각이 없었던 데다가 '1060 2g'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 모델이라 죄송하다면서 사과를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나에게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했다.


그래픽카드를 바꿔 달란다. 당연히 그런 그래픽카드는 없기 때문에 나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내가 작정하고 사기를 친 듯이 몰아세우면서 7만 원에 사간 제품을 나더러 9만 원을 달라고 주장했다. 반품하려면 기름값이 있어야 한다면서 2만 원을 더 달라고 한 거다. 살 때도 1만 원을 깎은 이후 시간 약속도 2번이나 어겼으면서….


그리고 위치도 자동차로 15분 정도면 오는 거리에서 기름값을 무려 2만 원을 달라는 요구가 너무 어이가 없었다. 내가 실수로 잘못 적은 것이기 때문에 좋게 좋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이 아저씨는 말하는 꼬락서니가 틀려먹었다. 마치 내가 사기 친 듯이 몰아가면서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하면서 자기가 있는 곳으로 와서 돈을 윽박을 질렀다. 당연히 난 거절했다.


지금 이 사건은 당근에 신고가 된 상태로 당근의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인데… 이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단지, 가난한 이유로 이렇게 비참하게 사기꾼 취급을 당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만약 내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기준인 1060 4g 혹은 1060 6g를 적어 두었거나 금액을 크게 받았으면 그럴 의도가 있다고 충분히 오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작 8만 원에 600w 파워, i5 하스웰, 메인보드, 8g 램, 1050 2g 그래픽카드, 컴퓨터 케이스까지 전부 판매하는 데에 있어서 무슨 크게 이득을 볼 게 있다고…. 오히려 이렇게 협박을 하면서 돈을 더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상대방 측이 나는 무언가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을 하게 된다. 약속 시간도 먼저 두 번이나 어겨놓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런 사람을 만나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것도 가난하기에 겪는 고통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하지만 않다면 밥값이라도 벌기 위해서, 책값이라도 벌기 위해서 당근에서 물건을 판매하다가 실수를 하는 일도, 이상한 판매자를 만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오늘 일요일 오후 전체의 밸런스가 무너져 아직도 짜증이 난다.


이런 상황을 이겨내고 내가 소소한 행복을 찾는 곳은 바로 책이었다. 위에서 첨부한 사진 속 주인공에서 볼 수 있듯이 나 자신이 너무나 비참해지고 괴로울 때마다 나는 책을 읽는다. 책을 통해 읽어볼 수 있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도 매력적이고,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글이나 장면도 좋았다. 오늘 읽은 책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과거를 보지 말고 이쪽을 봐라." (매월 정원과 집주인 포함 3권 중에서)


그렇다. 불행하고 괴로운 과거를 자꾸 되짚는 게 아니라 그나마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이쪽을 보는 것이 중요했다. 가난하기에 많은 행복은 누릴 수가 없다는 건 절대적인 사실이다. 가난하기에 절망적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건 의지할 수 있는 작은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마다 그 작은 행복을 느낀다. 어릴 때부터 나는 책을 읽으면서 살아왔고, 오늘도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매일 나는 적어도 하루 한 권의 책을 읽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먹고살다 보니 책을 읽을 시간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책 한 권을 읽을 시간을 만들기 위해 잠을 줄여가고 있다. 나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서.


오늘 여러분은 소소하지만 어떤 행복을 누리면서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맞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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