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후 미우 Aug 22. 2015

모든 소리가 사라졌을 때

소리가 사라졌을 때 비로소 들을 수 있는 소리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는 정말 각양각색의 물건이 소리를 낸다.

우리가 한시도 손에서 떨어뜨리는 일이 없는 스마트폰은 최신 가요와  클래식할 것 없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만약 마음만 먹는다면 유튜브에 접속해 나이가아라 폭포 동영상을 검색해서 폭포의 힘찬 소리마저 들을 수 있다. 소리는 다른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손 안에 있다.

거리에서는 늘 자동차 경적 소리가 울리고, 사람들이 스쳐 지나갈 때도 크고 작은 소리를 내면서 지나간다. 우리는 이렇게 늘 소리에 둘러싸여 자신의 소리를 들을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언제나 타인의 소리를 들어가면서 그 소리 안에 내가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하고 싶지 않은 남의 험담도 하고, 자랑스럽게 거짓말을 하면서 자극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는 소리에 중독되었다. 잠시라도 우리 귀에 어떤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껴 괜히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음악을 크게 틀거나 아무도 없는 거실의 TV를 켜서 소리를 만든다. 소리 없는 고독을 참지 못하는 우리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 곁에서도 컴퓨터가 돌아가는 소리,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 자판이 두들겨지는 소리가 있다.


이 모든 것을 잠시 멈춰보자. 최소한 눈에 보이는 형형색색의 물건이 만드는 소리를 멈추게 되면, 우리는 평소에 듣지 못했던 소리를 귀가 아니라 혀로 맛볼 수 있게 된다. 선풍기가 돌아가면서 바람을 만드는 소리는 에어컨의 육중한 소리와 달리 작은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다.

지금 귀에 들리는 뭔가 흩날리는 듯한 소리는 분리수거를 위해서 걸어둔 비닐봉지가 산바람에 춤을 추고 있는 소리다.

불협화음처럼 삐그덕 거리는 소리는 내가 앉은 의자가 내는 소리이고,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는 자연이 연주하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다. 여기서 더 깊이, 더 깊이 소리에 집중하게 되면 우리는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나의 소리를 듣게 된다.


우리는 언제나 소리를 들으면서 소리를 내려고 한다. 하지만 형형색색의 소리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되돌아올 수 없는 중독의 길로 빠진다. 그런 소리에서 벗어나서 때때로 모든 소리를 잠시 멈추고, 귀를 기울여보자. 아니,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잠시 가만히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있어보면, 우리는 둔탁한 기계음이 가진 무겁거나 흠집을 내는 듯한 소리가 아니라 조심스럽게 우리를 감싸고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소리가 우리가 진짜 듣고 싶어 하던 소리다.



하늘의 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매미 소리 작은 풀벌레 소리


작가의 이전글 비 오는 아침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