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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Oct 05. 2015

빛바랜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보는가


 나는 지독한 거짓말쟁이로 삶을 살아왔다. 언제나 비교를 당하는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더 우위에 서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 언젠가 내가 하는 거짓말이 진실이 될 수 있다고 믿었고, 내가 노력하면 분명히 가파르게 내 인생은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면서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은 뒤틀려져서 가지지 못한 사람이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결코 가진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은 언제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세상이고, 보려고 하지 않는 건 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빛바랜 세상에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세상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세상이 유일하게 우리에게 주는 것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절망이다. 우리는 덧없는 희망을 추구하는 것보다 그냥 이 유한한 삶의 지금을 마주 보아야 한다.


 우리가 보는 것은 멀리 있는 내일이 아니다. 오늘 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세상이 속삭이는 달콤한 거짓말에 속는다. '너는 성공할 수 있어', '너는 대단한 인물이야', '너는 사랑받을 수 있어' 같은 개소리에 속는다. 세상은 절대 우리에게 그렇지 않다.


 성공하기 위해서, 대단한 인물이 되기 위해서, 사랑받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오늘을 보는 일이다. 오늘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내일을 볼 자격이 없고, 오늘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조차 제대로 볼 수 없다. 단순히 보이지 않는 희망에 농락당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이 빛바랜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하나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지금에 만족하고, 지금에 충실하는 것. 단지, 그것이 성인으로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었다. 아직 나는 가지지 못한 것에 지나친 욕심을 부리고, 내일을 바라보려고 하는데… 그래서 나는 똑바로 살지 못한다.


 이 남루한 세상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오늘 나는 살아갈 가치가 있는지 나에게 묻는다. 이윽고 내가 세상을 사는 데에 붙잡고 있는 실 같은 줄에 손에 피가 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억지로 살아가고 있다. 정말 이 빛바랜 세상에서 지금 내 눈에 비치는 풍경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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