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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Jan 25. 2016

한가로운 오후에 방에 있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밖에 나가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문득 방 안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이 괴로워질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그냥 구름이 수놓아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한가롭게 느껴질 때, 나 혼자서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다.


그러나 이럴 때 연락해서 만날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밖에 나가더라도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어닥칠 뿐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따뜻한 방 안에서 우두커니 생각에 잠긴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오늘 로또, 오늘 글, 오늘 책, 오늘 저녁이다.


평범하게 보내는 일상, 축복받은 일상, 괴로운 일상.

어느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라도 문득 괴로워질 때가 있다.

사람은 괴로워하면서 살아가고, 괴로워하기에 살아갈 수 있다.

문득 오른쪽 아래 잇몸이 아파오지만, 이것 또한 살기에 겪는 괴로움이리라.


참, 오늘따라 따뜻한 남쪽 나라로 여행을 간 사람들이 부럽다.

바깥에서 만날 사람이 있고,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 부럽다.

한가로운 오후에 방에 있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무엇을 하더라도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독을 씹으며, 고독 속에 숨어 있는 나를 만나 말을 거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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