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차려진 어떤 식당에 가면 간혹 음식의 데코레이션을 흩트리기 전에 '사진 찍으시겠어요?' 하고 묻습니다. 우리는 즉시 '아뇨, 괜찮아요.' 하고 말합니다. 저와 Y는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사흘 전, Y의 누나 내외는 호텔의 일식당에서 우리와 만났습니다. 예약도 어렵고 비싸기도 비싼 그런 일식당이었어요. 나오는 음식들은 당연히 고급이었고요. 음식 사진을 찍던 언니는 문뜩 '왜 사진을 찍지 않아? 너희는 사진 잘 안 찍어?' 하고 물었습니다. 네, 잘 안 찍어요. 둘 다 사진첩을 잘 안 들여다보거든요. 그러자 언니는 사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당장 보지 않더라도, 아주 나중에는 이 순간이 기억하고 싶은 한 순간일 수 있다고. 그런데 나이가 들고 삶에 치이다 보면 그 순간이 잘 기억나지 않게 되는데, 그때 사진이 필요한 거라고.
그러고 보니, 같이 일하는 친구와도 이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저는 그때 이렇게 말했어요. '나랑 남자 친구 둘 다 일상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닌데, 그래서 언제나 새로워. 갔던 곳에 또 가도 새롭고, 했던걸 또 해도 새로워. 언제나 처음 같아. 사진 안 찍고, 사진첩을 안 들여다보면 그건 좋은 거 같아.'라고요.
사진보다는 다른 매체로 순간을 기억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려요. 사진과 같은 손쉬운 기억도 굳이 오래된 캠코더를 고집하는 걸 보면 제가 옛 것들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이라 그런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사진으로 담아두지 않은 순간들을 그리워하게 될까요? 기억하지 못하면 그리워할 수도 없는 일인데.
삶은 계속 흘러가고, 우리는 변하지 않을 거예요. 변하더라도 아주 조금, 아주 천천히 변해가겠죠. 그렇기에 남겨지지 않은 사진을 그리워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다만 우리가 매 순간의 선택들에 책임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길 바라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것 하나만큼은 변하지 않길. 그래서 미래의 언젠가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에 머뭇거림이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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