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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숲 Jul 13. 2022

[ 펀딩 수난사 ] 5. 500건의 택배와 나홀로집에

그걸 제가 5일 만에 해냅니다.

  남은 시간 7일, 당장 포장해야 할 뱃지 2000개, 보내야 할 택배 500건.

  공교롭게도, 제 주변에는 이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 포장 인원은 나 혼자.




  어쨌거나 이 사태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최악의 상황 : 기한 내 뱃지가 도착하지 않는 것. 차악(?)의 상황 : 도착은 했는데 프로젝트 마감까지 촉박한 시간이 남은 것. 말하자면 이 사태는 차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최악이 아닌 게 어디야, 하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제가 선택한 포장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탓에, 미리 많은 준비를 해 둬야 했습니다. 업체에 돈 주고 맡기면 편할 것을, 제가 검수하고 제가 원하는 사양으로 포장하겠답시고 스스로 힘든 길을 선택했더랬지요. 


  뒷 대지에 간격 맞춰 2개의 구멍을 뚫는다.

  뱃지를 감싸고 있는 비닐 포장(특징 : 조악함)을 벗긴다.

  뱃지를 검수한다. (앞 뒤 옆 + 도장 컨디션)

  뱃지를 연다.

  뒷대지에 뱃지를 끼운다.

  뱃지를 닫는다.

  OPP 봉투에 넣는다.

  봉투를 봉한다.


  이걸 2천 번 반복하기 위해, 2천 장의 뒷대지는 미리 펀칭을 해 놓고 OPP 봉투를 넉넉히 주문했습니다. 뒷 대지 펀칭에만 꼬박 3일이 걸렸습니다.


  택배 포장은 또 다른 일이죠. 빠른 포장을 위해 박스를 포기하고 뽁뽁이 봉투를 주문합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다 한 업체에서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봉투가 얇습니다. 이대로라면 제 뱃지는 무거운 택배들 사이에서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내부 완충용 뽁뽁이 봉투를 따로 주문합니다. 그리고 봉투 안에는 펀딩 후원자들을 위한 엽서와 도무송 스티커를 넣습니다. 


  수거 전의 택배를 집 앞에 내놓을 공간도 필요했습니다. 박스를 쓰지 않아 택배의 부피는 줄었지만, 쌓을 수는 없게 되었거든요. 큰 폴딩 카트와 폴딩 박스 세트를 하나 구매했습니다.


  뱃지가 도착한 이후의 일들은 생각보다 괴로웠지만, 또 생각보단 순조로웠습니다.

  밤에는 뱃지를 포장하고, 낮에는 택배를 포장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저는 잠을 줄이고 계속 포장에만 매달렸습니다. 하루에 적게는 100개, 많게는 130개의 택배를 포장했습니다. 포장 단순 노동을 진행하는 중엔 이따금 불안감이 범람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중얼거렸어요. 할 수 있다. 해낼 거다. 나는 언제나 해내니까. 이것도 해내고야 만다, 하고. 


  "하하, Y 씨, 이거 봐요! 택배 송장! 주렁주렁!"

  "... 숲 씨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건지 이제야 실감이 되네요. 대단하다."

  "난 대단해. 그리고 이걸 다 끝내고 난 더 대단해질 거야. 두고 보라고."




  5일간 매일 저의 집 앞에는 폴딩 카트 하나, 폴딩 박스 하나, 그걸로도 모자라 대형 화물 박스 하나가 놓여있었습니다. 그것들은 언제나 보내야 할 택배들로 가득 차 있었고요. 택배 수거 시간이 되면 집 문 너머에서 송장을 찍는 소리(삑, 삑, 삑)가 한참 들렸습니다. 택배 기사님, 감사합니다.


  한 뭉치의 송장 용지를 다 쓰고 두 박스의 뽁뽁이 봉투 중 한 박스를 비웠을 무렵, 뽑아놓은 택배 리스트가 점점 줄어가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프로젝트 마감까지 2일이 남은 시점,

  택배를 보내기 시작한 지 5일째 되던 날,

  저는 프로젝트의 끝을 선포할 수 있었습니다.

  

끝!!!!!!!!!!!!! 이 글을 쓸 때 얼마나 시원하던지요.


천사 1호


천사 2호


천사 3호


  급한 불은 껐습니다. 휴! 

  이제는 사후 CS의 시간입니다. 




+ ) 혹시 제가 진행한 프로젝트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https://tumblbug.com/superduperlucky_2/story


* 인스타툰 계정 : @soupsoupforest

* 슈파두파럭키캣 계정 : @super_duper_lucky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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