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세상

by Mi Won

모임이 제한된 코로나 시절, 점심때쯤 아이들의 메시지가 다급하게 연달아 들어왔다. 5시에 가족 영상 모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영상통화가 익숙하지 않은 내가, 횡여 놓칠 것 같은 나를 위해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며칠 전부터 면담신청을 했기에 반가웠지만 막상 닥치니 두려웠다. 그 영상 모임은 시아버지의 임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온 지구가 몸살을 알았던 시기에 아버님은 담석증 수술을 받아야 했다. 시기가 좋지 않았어도, 코로나 19 테스트 결과가 정상이기에 담석증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코로나로 의료환경이 최악의 상태라 그런지, 노환 때문인지 수술은 성공하지 못했다. 많은 노인과 어린이들이 코로나로 사망하는 일이 많았기에 병실에 누울 공간도, 의료진도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이기에 퇴원해야만 했다. 그래서일까 며칠 후 수술 이상증세로 병원에 실려 갔을 땐 시아버지도 코로나 19에 감염됐다. 수술 중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그로 인해 상태가 더 나빠진 것이었다. 시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간 시누이, 함께 살고 있는 시어머니가 염려되었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코로나 19에 감염되지 않았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기도 전에, 여러 지병과 코로나 감염으로 위험한 상태라는 연락을 받았다. 병원 출입이 제한된 상황이기에 화상채팅만으로 면회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혹시 모를 상황이 될지도 몰라 각지에 사는 가족들이 영상 모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환자의 불안정한 상태로 몇 번의 화상모임이 물거품 되어 가족들도 하염없이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려야만 했다. 드디어 오후 5시에 잡혔다는 병원 소식에 반가웠는데, 그것도 잠시 오후 3시쯤 큰애에게서 전화가 왔다. 빨리 화상 채팅에 조인해야 한다고. 그때, 나는 대로변에 있었다. 가까운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겨 화상 모임에 들어가니 이미 모여있는 가족들의 슬픈 모습과 숨을 겨우 쉬는 구순이 내일 모레인 시아버지가 보였다.


와이파이가 안 되는 주차장이라 그랬는지, 조작방법을 모르는지 소리가 안 들렸다. 답답한 마음에 나는 시아버지께 손을 흔들고, 버텨야 한다고 소리쳤다. 큰애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내 목소리를 아무도 들을 수 없다고. 겨우 연결된 소리에서 들리는 건, 거친 시아버지의 숨소리, 가족의 응원과 울음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가족들의 모습은 숨을 헐떡이는 시아버지의 모습만큼 처량했다. 사랑해요 할아버지, 주님 곁에 계시니 걱정 마세요, 아버지, 영감 정신 차려, 아버님 죄송합니다. 시아버지는 대답도, 움직임도 없었다. 그 날밤,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거라는 의사의 배려로 다시 화상 모임이 준비되었다. 더 쇠약해진 모습은 낮의 모습이 아니었다. 가족들의 울음은 더 커져만 갔다. 손주들의 목소리에 가끔 눈을 뜨셨던 낮에 비하면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시아버지는 잠만 주무셨기에 더 이상 화상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병원의 다른 환자들 또한 영상으로 면회시간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적이 생기기를 바랐다. 잠들지 못한 한밤중... 아버님은 가족하나 없는 병실에서 혼자 쓸쓸히 운명하셨다.


울다 지쳐 잠든 두 아이는 깨우지 못했지만, 잠을 못 이루고 있던, 이 집 안의 장손이라고 많은 사랑을 받은 큰애와 나는 부둥켜 앉고 울었다. 가족이 있어도 곁에 있지 못하고 혼자 떠나야 하는 세상이 실감 안 났다. 코로나 19로 병원 면회도, 비대면으로 치러진 장례식도 모두 Zoom이라는 영상 속에서 각자의 위치에 모든 것이 치러졌다. 사랑하는 가족을 대면하지 않고 치러지는 안타까운 현실이 어디 내 가족뿐이겠는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영상으로 해야 하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뉴스는 계속 변이종이 생겨 길어질 거라 말한다.


노인 아파트에 홀로 남겨진 시어머니조차 방문이 허락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시어머니는 혼자 남은 텅 빈 아파트에서, 자녀가 도와주지 못하면, 한평생 같이 산 남편과의 영상통화도 못하는 현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외래인 방문을 금지시킨 노인 아파트엔 코로나 19로 사망한 노인들이 많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가족보다 소식을 들어야 하는 노인들의 불안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시어머니와 통화할 때마다, 날마다 구급차에 실려가는, 그렇지만 돌아오지 않는 이웃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시어머니의 말씀에 효부도 아니면서 자꾸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