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결심하기까지
"언니, 벌써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이라니! 벌써 학부모가 되었네 축하해!!"
"그러게 말이야. 내가 학부모가 되었다니 실감 나질 않아. 뭔가 세월에 휩쓸린 기분이야"
"나는 이러다가 50살 돼서 학부모가 될 것 같아."
"너 그때 만나는 사람이랑은 소식 없니? 그때 좀 느낌 온다 하지 않았어?"
"아우, 모르겠어. 언니 나는 언제 결혼하지? 내가 본 사람 중에 언니는 결혼준비를 제일 신기하게 하면서도, 또 평범하기도 하거든. 그런데 요즘은 정말 평범하게 사는 게 쉽지 않잖아. 언니는 나랑 비슷한 성격이잖아.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언니는 형부랑 언제 결혼을 결심하게 된 거야?"
오랜만에 온 친한 동생과 카톡을 나누었다. 자주 보지 못하는 만큼 카톡으로나마 그동안 전하지 못한 근황들을 이어 붙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연애를 쉬는 것도 아니고, 인기도 있는 친구였지만 결혼에 있어서는 고민이 많이 생기곤 한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었다. 그러다가 받은 질문이 바로 나의 결혼의 결심의 이유. 지금은 애 둘 낳고 학부모가 되어가는 마당에 너무나 백만 년 전의 이야기 같이 느껴진다. 그때 같이 소개팅 후기를 나누고 수다 떨던 동생이기도 하고, 나의 결혼식 부케를 받은 나의 미니미같이 닮은 애틋한 동생이기도 했다. 그런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0년 전의 나로 돌아가게 되었다. 연애와 결혼의 건널목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던, 주말마다 소개팅 스케줄을 잡으며 나름의 노오오력을 했던 그때의 나의 모습과 동생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지금은 에피소드가 된 지난날들이 생각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초년생의 연애로 시작했지만, 결혼이라는 문턱을 넘기까지에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게 되는 순간이 필요했다. 그 또한 나의 진짜 모습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그런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서는 말해준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람이 덜컥 나와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유학을 같이 가자고 하는 경우는 더욱 없었다. 내가 앞으로 함께 할 사람에 대한 생각은 결국 나는 앞으로의 어떤 모습의 삶과 가족을 꾸리고 싶은 것인가에 대한 결론으로 도달하게 되었다. 물론 그 결론을 도달하기까지는 일주일에 소개팅 4-5번씩을 잡아보기도 하고, 주변에 좋은 사람 소개해달라고 소개팅구걸을 해보기도 했다. 새벽 영어학원도 가보고, 직장인 독서모임도 해보면서 나름의 모험도 해보긴 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결혼은 사랑과 현실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었을까. 지나고 보면 그 또한 청춘이었다. 그리고 나에 대해 치열하게 마주 보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물론 사랑하고, 이 또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 것도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녀와 나무꾼에서 애 셋을 낳고 선녀옷을 입고 하늘로 훌훌 올라간 선녀처럼, 이제는 나도 애 둘을 낳고 키우고 있으니 10년 전의 옛날의 이야기를 훌훌 털어놔도 되지 않을까. 바로 결혼을 결심하게 된 솔직한 이야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