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밋밋한 인생에 고수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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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수

고수는 한식에서 접하기 힘든 재료다. 나는 고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맛인지도 모르면서 소문만 듣고 멀리했다. (멀리 할 정도로 접할 기회도 없었지만.)

중화권 여행을 처음 갔을 때, 중국어는 열 마디도 못하면서 不要香菜 부야오샹차이를 외워갔다. 근데 막상 가서 먹은 음식들이 컵라면, 샤오롱바오 같은 것들이라 고수가 안 들어갔다. 고수! 하면 부야오샹차이! 하고 반사적으로 외칠 수 있도록 외웠던 저 문장은 쓸 일이 없었다.

결국 고수는 베트남 갔을 때 처음 먹어봤다. 고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기 때문에 고수인지 모르고 먹었다. 한 입 먹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주방에서 핸드크림 바르고 야채 씻었나? 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냥저냥 먹을만했다. 음식에 들어있는걸 굳이 빼먹을 정도는 아닌데 일부러 찾아먹을 정도는 아닌 정도. 고수에 대한 내 생각은 딱 그 정도였다.

근데 그렇게 한 번, 두 번 먹으니까 나중에는 조금 생각났다. 어쩔 때는 친구가 안 먹는 고수를 내가 먹고 있기도 했다. 고수를 넣는다고 해서 맛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닌데, 미묘하게 풍부해지는 것 같았다. 난 그렇게 고(수에게 스)며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고수가 미나리과 식물이었다. 나는 미나리도 잘 먹는다. 미나리뿐만 아니라 깻잎이나 당귀 같은 향나는 풀들은 다 잘 먹는다. 어쩌면 나는 고며들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고수를 먹을 수 있어서 좋은 점은 아시아권 여행을 갔을 때 적극적으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수가 들어 있든 없든 난 먹을 수 있으니까. 음식 선택에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다음 여행에서는 어떤 새로운 맛과 향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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