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체내 락스 농도 8%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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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수

어렸을 때 수영을 꽤 배웠으니까 물에 뜰 수는 있는데 숨 쉬는 법을 잊었다. 숨 쉬려고 고개를 들면 몸에 힘이 들어가 가라앉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수영을 다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기초는 있다는 자존심 때문에 기초반은 가기 싫었다. 저 물에 뜨는데요? 발차기할 줄 알아요. 내 말들은 선생님이 기초반 추천해줬다. 어쩔 수 없이 기초반 등록하려는데 옆에 있던 엄마가 할 거면 제대로 하라고 개인 레슨 끊어줬다.

수업 초반에 당연히 킥판 잡았다. 그게 너무 창피했다. 다 큰 어른이 노란색 킥판을 잡고 있다는 게. 발차기부터 차근차근 다시 배웠다. 선생님이 어렸을 때 배운 태가 난다고 금방 배우겠다는 소리를 자주 했다. 나 전생에 해양 생물이었나 봐. 그런 생각도 좀 했다.

두 달도 안돼서 접영 배웠다. 발차기 배울 때쯤 코로나로 수영장이 문 닫았다. 한두 달은 괜찮았는데, 그리고 금방 다시 개장할 줄 알았는데 휴관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물에 너무너무 들어가고 싶었다. 가만히 있다가도 수영장 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나중에는 그냥 포기했다. 언젠간 다시 열겠지…….

저번 주부터 수영장이 재개장했다. 대략 다섯 달 만에 수영한 소감은 큰일 났다,였다. 한 바퀴만 돌아도 숨이 찼다. 물속에서 몸이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물도 좀 먹었다. 하루 만에 체내 락스 농도 5% 돌파했다. 근데 그다음 수업부터는 많이 안 먹었다.

이번 주부터 접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숨 쉬는 거 잊었을 때도 기억하고 있던 건 딱 두 개, 물에 뜨는 거랑 접영 웨이브였다. 그래서 거기까지는 재밌었는데 팔 배우면서부터 재미를 잃었다. 팔이 너덜너덜 해졌다. 집가는 길에도 몸이 너덜너덜했다.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먹고싶지 않았다. 그냥 커피나 마시고 싶었다.


집에 와서도 나한테서 계속 소독약 냄새가 났다. 사실 그 냄새 때문에 수영장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물 속에 잠겨있는 기분이라서. 맡을 때마다 몽롱해져서.


내일 또 가야 하는데 조금 가기 싫다. 이미 수영복은 챙겨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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