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디즈니 랜드

100개 글쓰기

by 미수

열여덟 살 때 디즈니랜드에 처음 갔다. 모든 게 꿈같고 너무 좋았다. 입구에서부터 마주친 자스민에, 하늘엔 베어멕스 풍선이 날아다니고 쓰레기통엔 미키가 새겨져 있었다. 그대로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했다.

그 날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정신 차려보니까 내 손엔 쇼핑백 두어 개가 들려있고 폐장을 알리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분명 개장 시간에 들어왔는데 이미 해가 진지 오래였다. 그제 서야 배가 고팠다. 그전까지는 배고픈 줄도 몰랐다. 배고픈 걸 알았어도 밥을 안 먹었을 거다. 밥 먹으러 가는 시간도 아까웠으니까.

한국에 돌아온 뒤 버킷리스트에 ‘세계의 디즈니랜드 전부 가보기’를 써넣었다. 당시에 그런 게 유행이었다. 버킷리스트 작성해서 하나씩 지워나가기. 다른 버킷리스트는 그냥 두더라도 이 항목은 꼭 체크하고 말겠다고 혼자 다짐했다.

그리고 작년에 디즈니랜드에 갈 기회가 생겼다. 그때와 다른 나라에 있는 디즈니 랜드였다. 드디어 '세계의 디즈니랜드'항목에 하나 더 체크할 수 있겠다고, 언젠가 꼭 완성하고 말 거라고 다짐했다.

설렘을 가득 안고 간 그곳은 그저 그랬다. 그때보다 기념품을 더 많이 살 수 있는 돈과 캐리어의 여유 공간이 있는데도 딱히 뭘 사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미키가 새겨진 쓰레기통도 그저 고철 쓰레기통에 불과했다.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불꽃놀이고 뭐고 배고프고 지쳐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입장한 지 세 시간 만에 나왔다.

그런 것들이 유치하게 느껴져서가 아니다. 여전히 트롤을 사모고 장난감을 사랑한다. 다만 디즈니에 대한 내 생각이 변했다.

디즈니가 꿈이고 희망이던 때가 있었다. 그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디즈니의 이념과 함께 성장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전공과 관련지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봤고 그게 어렵다면 디즈니랜드에 청소부라도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도 정리했다. 외국어 능력, 서비스 마인드, 동심 같은 것들.


뭘 하고 싶은지, 뭘 하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어떤 직업을 갖든 어린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