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생거 사원, 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의 첫 장편 소설이자 사후 출간된 작품.
주인공 캐서린은 평소 친분이 있던 앨런 부부를 따라 바스에서 머물게 되고 그곳에서 이사벨라와 존 남매를 만난다. 이사벨라와 절친한 친구가 된 캐서린은 자신의 오빠인 제임스와 이사벨라의 약혼을 응원한다. 이사벨라의 오빠인 존 또한 캐서린에게 호감을 내비치지만 캐서린은 헨리라는 남자를 좋아하게 된다. 헨리와 그 동생 엘리너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던 캐서린은 그들의 아버지인 틸니 장군의 초대를 받아 그들의 집인 노생거 사원으로 향한다. 노생거 사원에서 그들 남매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틸니 장군의 권위적인 태도를 보며 불편함을 느끼던 캐서린은 연유도 모른 채 모욕적으로 노생거 사원에서 쫓겨난다. 이 소식을 들은 헨리는 캐서린의 집으로 와 용서를 구하고 청혼한다. 장군이 캐서린을 쫓아낸 이유는 존 소프의 농간 때문이었고 엘리너가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걸 보고 마음이 풀린 장군은 이 둘의 결혼을 허락하며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우돌포』라고요? 원, 세상에! 난 안 읽었어요. 소설은 전혀 읽지 않습니다. 다른 할 일이 많거든요.
p.58
"그렇지만 당신은 소설을 읽지 않으시죠, 아마?"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당신에겐 수준이 낮아 보일 테니까요. 신사분들은 더 훌륭한 책을 읽잖아요."
"신사든 숙녀든 좋은 소설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참을 수 없는 멍청이가 틀림없습니다. 전 래드클리프 부인의 소설을 전부 읽었고 대부분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우돌포의 비밀』은 한번 손에 잡으니 내려놓을 수가 없더군요.
p.137
캐서린이 좋아하는 소설에 대한 존과 헨리의 상반된 태도. 왜 헨리랑 사랑에 빠졌는지 알 것 같은 대사. 이후 캐서린의 반응도 재미있다. 존의 말 뒤에 캐서린은 무안해서 사과하려 하지만, 헨리의 말 뒤에는 "이젠 저도 『우돌포』를 좋아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을래요."
상관 안 해요. 소프 씨가 그런 전갈을 지어낼 권리는 없어요. 연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면 제가 직접 말하는 것이 맞죠. 이런 식으로는 무례만 더할 뿐이에요.
p.129
마차 여행에 선약이 있던 캐서린을 데려가고 싶어 거짓말로 약속을 연기시킨 존에게 화내는 캐서린. 사랑하는 사람들의 설득에는 대부분 넘어가 주던 캐서린이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일에는 응하지 않는 부분이라 너무 좋았다. 어떻게 200년도 전에 이런 주체적인 여성을 그려낼 수 있었는지.
(엘리너의 남편에 대해) 귀족이라는 점, 재산이 많다는 점, 그녀를 사랑한다는 점을 제쳐 두고라도,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젊은이의 전형이었던 것이다. 그의 장점을 더 이상 정의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젊은이라고 하면 즉각 우리 상상 속에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p.333
이 부분 읽는데 너무 웃겼다. 아무튼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젊은이" 1등은 헨리인 거거든요 .. . 제인 오스틴과 독자들이 그렇게 정한 거거든요.
중간중간 엿보이는 제인 오스틴의 견해가 흥미롭다. (헨리가 캐서린에게 먼저 반한 게 아니라 캐서린이 먼저 헨리에게 호감을 보이고 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캐서린을 진지하게 생각한 것에 대해) "이는 소설에서는 새로운 상황으로 여주인공의 품위를 끔찍할 정도로 깎아내리는 셈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이런 일이 통상의 삶에서도 새로운 것이라면, 적어도 과감한 상상을 펼친 공은 고스란히 내 차지가 될 터이다."(p.323)라든지, "소설이란 말도 안 되는 것으로 가득 차 있지요."(p.58) 등의 비꼬는 문장이 재미있다. 1800년대에 쓴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앞서간 견해다.
헨리에 대해 "눈앞에 있는 목표물을 간발의 차이로 놓친 격이었다."라고 묘사한 문장도 재밌다. 다른 소설 주인공들처럼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캐서린은 "목표물"을 주시하고 적극적으로 대한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에 비해 거칠다는 말이 있는데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훨씬 생동감 있고 입체적이었다. 게다가 다른 소설 주인공에 비해 캐서린이 어린 나이기 때문에 납득 가능하다. 캐서린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헨리와 엘리너를 사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