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의 노래
“파트로클로스.” 남들은 내 이름을 부를 때 얼른 떨쳐버리고 싶어서 안달이라도 난 것처럼 뭉개버릴 때가 많은데 아킬레우스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러 한 음절씩 또박또박 발음했다. 파-트로-클로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아킬레우스 이야기를 재해석한 소설. 친구의 죽음으로 분노해 죽음까지 감수 할 수 있을까? 이들은 연인이었던 게 아닐까? 매들린 밀러의 재해석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리스 신화를 잘 알고 있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테지만 잘 모른다고 해도 상관없다. 뒷 면의 부록에 이 서사의 등장인물이 정리되어 있어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아킬레우스는 바다의 님프 테티스와 인간 펠레우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테티스의 아들이 아버지보다 위대해 질것이는 예언 때문에 제우스가 인간과 결혼시킨 탓이다. 테티스는 켄타로우스 케이론에게 아킬레우스를 보내 교육시킨다. 메넬라우스의 아내 헬레네가 트로이아의 파리스에게 납치당해, 메넬라우스는 그리스의 영웅들을 데리고 트로이아에 간다. 테티스는 아킬레우스가 참전하지 않길 바라 아킬레우스를 숨겼지만 결국 참전하게 된다. 전쟁은 십년 넘게 이어졌고 권위적이고 오만한 총사령관 아가멤논에게 불만을 가진 아킬레우스는 그와 다투고 더이상 전쟁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스가 전쟁에서 질 위기에 처하자,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가고 죽음을 맞게 된다. 이에 크게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를 죽인 헥토르를 찾아가 죽이고 파리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대략적인 서사이다. 중간 중간 생략한 부분이 많으니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것이다.
“펠레우스 왕과 테티스 여신의 아들 아킬레우스 왕자, 아리스토스 아카이오이!” 이에 화답하듯 분위가 달라졌다. 구름을 가르고 아킬레우스 위로 쏟아진 밝은 햇살이 그의 머리와 등과 몸을 타고 흘러내리며 그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테티스로군. 나는 생각했다.
아리스토스 아카이오이, 그리스의 으뜸이라는 뜻으로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전사를 부르는 호칭이다. 파트로클로스는 어렸을 때 아킬레우스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를 동경했고 나중엔 사랑에 빠졌다. 그는 아킬레우스가 누리는 것들을 질투하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한 때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전사였고 사랑받았던 아킬레우스를 사람들이 외면하는 것을 보기 힘들어 자신이 아킬레우스인척 그의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갔다. 자신이 전투에 취약한 걸 알고있었음에도. 그리고 그는 트로이아의 전사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한다. "헥토르가 왕자님을 죽여주었으면 좋겠네요" 아킬레우스에게 화를 내는 브리세이스에게 아킬레우스는 "나도 같은 생각이라는 걸 모르겠느냐?"라고 말한다. 이 둘의 절절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킬레우스의 아들이 등장하며 파트로클로스는 또 한번의 수난을 겪게 된다. 그러나 테티스의 도움으로 인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내 기억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파트로클로스의 분량은 매우 적었던 것 같다. 아킬레우스 또한 능력은 있으나 오만한 인물로 그려졌던 것 같다. 이 책은 파트로클로스의 시선에서 쓰여진 소설이라 아킬레우스의 오만함보다는 순수함과 다정함이 부각되었고, 그의 오만함조차 납득이 간다. 그 점이 재미있었다.
아킬레우스는 아킬레스건의 그 아킬레우스가 맞다. 아킬레스건을 잡고 스틱스 강에 담궜다는 그 해석이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해석이라 이 소설에서는 차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매들린 밀러의 새 소설이 5월에 번역 출간 된다고 들었다. 키르케를 주제로 한 소설이라고 하는데 매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