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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타이밍

그냥 다 내려놓고 싶을 때

by 김글향

오늘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기막힌 순간을 맞이했던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7년쯤 전에 있었던 일이에요.

그날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 날이었죠.

희끗희끗 올라오는 흰머리를 덮고, 굽실굽실 파마를 하며 머리에 잔뜩 힘을 주었어요.

꽤 오랜 시간 동안 대대적인 작업을 마치고, 산뜻한 마음으로 미용실 문을 나섰습니다.

지금부터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야 해요.


갑자기 머리와 어깨 위로 후두 두두둑!!

여자 새.jpg


이게 무슨 소리냐면요. 날아가는 새똥을 정면으로 맞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새똥을 맞아 본 적 있나요?

그것도 한 무더기로요.

저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순간 이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

에라이~~~ %%이ㅏ러ㅏ일%!!!!! (삐------)


그렇게 황당한 일은 처음 겪었던 것 같습니다.

인생 최악의 '기막힌 타이밍'을 겪고는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어요.

온몸을 구석구석 씻었고, 입었던 티셔츠는 조용히 버렸습니다.

도저히 수습이 불가했거든요.


이렇듯 기막힌 타이밍을 경험한 순간에는

화조차도 낼 수 없었고, 그냥 다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그저 서둘러 씻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냥 다 내려놓고 싶은 순간, 그런 순간이 있었나요?


그럴 때 들으면 좋은 노래!

싸이(=새)의 '기댈 곳'이라는 노래를 띄워봅니다.

https://youtu.be/w9NK94UzFAo




늘 최고의 순간만 '기막힌 타이밍'이라고 말하지 말아요

때로는 최악의 순간이 펼쳐지는 '기막힌 타이밍'도 있지요.


만약, 최악의 순간에 기막힌 타이밍이 찾아온다면

그래서 망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저는 예전처럼, 몸을 깨끗이 씻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서둘러 잠자리에 들 거예요.

다음 날 아침이면

별것 아닌 거로 지나가 버릴 테니까요.


- 기막힌 타이밍에, 글향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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