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아름답다

에필로그

by 김글향

살다 보면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밤새 시험공부를 했는데, 내가 공부한 부분들만 피해서 문제가 나왔을 때

소개팅을 하려고 잔뜩 꾸몄는데, 폭탄 같은 사람이 앉아있을 때

부푼 기대를 품고 여행을 떠났는데, 가이드한테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쇼핑센터만 탐방할 때

직장에서 인정받으려고 열심히 일했는데, 가벼운 인정과 산더미 같은 업무가 더 주어졌을 때

자식 생각에 밥상 한가득 음식을 차렸는데, 사춘기가 와서 문을 쾅 닫으며 방으로 들어갈 때


우리의 일상에는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고 불행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한참 뒤에 돌아보니 짜증 나고, 힘들고, 우울한 순간들조차 추억이라는 폴더에 분류되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언제나 지나고 보면 내 불행은 사소한 것이었고, 걱정의 무게보다는 한없이 가벼운 것들이었다.

어느새 사소한 불행들은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고, 그 순간순간이 너무 아름다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너와 함께 한 모든 시간들이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두 좋은 날들이었다.”

도깨비에서 사람에게는 네 번의 생이 있다고 한다.

씨를 뿌리는 생

뿌린 씨에 물을 주는 생

물 준 씨를 수확하는 생

수확한 것을 쓰는 생


우리는 지금 어떤 생을 살고 있는 걸까?

궁금하지만 알 수는 없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수밖에…

돌아보면 모든 순간이 찬란하게 빛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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