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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Feb 01. 2021

내 삶을 변화시킨 인생 책 Top 3

읽는 마음 - 왓칭, 연금술사, 데미안

처음부터 책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열정적으로 책을 보았던 기억이라고는 중학생 때 순정만화에 꽂혔던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한번 꽂히면 주야장천 매달리는 나쁘고도 좋은 습관이 그때도 있었던 것 같다. 순정만화에 물불을 가리지 못해 수업시간에 교과서 사이에도 끼우고 보았으니 말이다. 순정만화 이후는 로맨스 소설로 넘어갔다. 줄글로 된 야릇한 이야기에 한동안 정신 못 차리다가 어른들의 외압에 못 이겨 간간히 필독서를 읽어보기도 했지만 머리와 가슴은 늘 딴짓을 했고, 눈만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니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을 수밖에... 이랬던 내가 지금은 틈만 나면 도서관으로 가게 되었다. 아이의 교육을 위한 쇼맨 쉽도 아니고, 그럴듯한 취미생활을 영위하기 위함도 아니며, 고상한 척 멘틀 관리 차원도 아니다. 정말 원해서 궁금해서 책 속을 여행하고 싶어서 자발적 즐거운 발걸음으로 도서관이나 서점을 향하게 되었다. 학창 시절 평균 이하로 책을 보지 않았던 내가 어떻게 해서 어른이 된 지금 책과 함께 하는 인생을 살아가게 되었는지 나조차도 놀라울 따름이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당연히 아니었고, 독. 알. 못이었던 나를 독서의 세계로 이끌어준 고마운 인생 책들이 있었던 것이다. 왓칭으로 거대한 우주에서의 존재,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영접했고, 연금술사를 통해 주인공과 함께 책 속을 여행하며 해보겠다는 용기와 꿈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으며, 데미안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끌리는 책들에서는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Top 1. 보이지 않는 나의 존재에 대한 혁명을 일으켜주었던 왓칭

이 책과의 만남은 친한 언니의 소개로 이루어졌다. 왓칭 이전에 '나로 살아가는 기쁨'이라는 책을 그 언니가 소개해주었는데, 언니와 나는 책을 선택하는 결이 같은 사람이었다. 임사체험을 통해 깨달은 점들을 책으로 기록한 이야기를 읽으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우주에서의 나라는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고 살아가게 되었다. 그러던 시기에 언니는 내게 '왓칭'을 또 한 번 추천해주었다. 왓칭의 저자 김상운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충격을 받았고, 눈에 보이는 몸이 사라지면 몽땅 사라지는 걸까? 하는 의문에서 비롯되어 '눈에 보이는 나'와 '눈에 보이지 않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실을 책 속에서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풀어낸다. 왓칭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관찰자가 되는 것이다. 왓칭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고, 보이지 않는 나와의 만남을 꿈꿀 수 있었으며 내 존재의 가치에 대해 물음표를 던질 수 있었다.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벅찬 기대를 품게 만든 내 인생 최애의 책으로 손꼽을 수 있다.

<왓칭 중>
바깥세상을 움직이는 모든 건 내 마음속에 들었다. 바깥세상은 착각의 세계이다. 들여다보면 무한한 공간이 열린다. 시야가 무한해진다. 내가 그토록 매달리던 것도, 붙들고자 했던 것도, 얻으려 애쓰던 것도, 죄다 스쳐 지나가는 허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무한한 공간 속에 사랑으로 가득한 무한한 존재가 들어 있다. 그 존재와 분리될수록 나는 점점 작아진다. 그 존재와 하나가 될수록 나는 점점 커진다. 그 존재 앞에 나의 모든 아픔과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맘껏 눈물을 뿌려라. 나에 대한 모든 비판과 심판을 내려놓아라. 나를 완전히 열어 놓고, 나의 모든 것을 완전히 내려놓을 때 무한한 존재와 하나가 된다. 그래야 비로소 참다운 안식을 얻게 된다. 참다운 안식 속에서 모든 새로움이 태어난다.

왓칭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살아가며 작은 것에 아등바등 너무 애태우지 말고 참다운 안식 속에서 모든 새로움을 탄생시켜보자는 메시지를 가슴속 깊이 새겨보았다.



Top 2. 자아 신화를 찾아가는 양치기와 함께 삶의 긴 여정을 체험했던 연금술사
 

한참 우주의 법칙에 빠져있을 때 연금술사를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글이 주는 마력을 느낄 수 있었고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양치기를 보며 삶의 긴 여정을 함께 체험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장까지 깨달음을 얻었던 고마운 인생 책이었다. 긴 말보다 책 속에서 울림이 있는 문장들을 소개한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결정이란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었다. 어떤 사람이 한 가지 결정을 내리면 그는 세찬 물줄기 속으로 잠겨 들어서, 결심한 순간에는 꿈도 꿔보지 못한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세상의 만물은 서로 다르게 표현되어 있지만 실은 오직 하나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사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가장 어두운 시간은 바로 해뜨기 직전이라는
내 안에는 바람과 사막, 대양, 별들 그리고 우주에서 창조된 모든 만물이 존재하고 있어. 우리는 오직 한 분의 손으로 빚어졌고, 우리에게는 같은 영혼이 있는 거야.
그래. 내가 만난 것들을 일일이 떠올리자면 끝이 없겠지. 하지만 내가 지나온 길에는 곳곳에 표지들이 숨겨져 있었어. 덕분에 난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거야.
연금술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연금술의 비밀을 얻고,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해낸 사람들일세
한낱 양치기에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들. 그래 그런 것들을 감히 해보겠다는 용기가 없었다면 꿈도 꿀 수 없을 것들을 말이야.


연금술사를 읽어나가면서 세상에 태어나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은 이미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루어져 있음을, 다만 내가 깨닫지 못하고 있음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주인공 산티아고처럼 나만의 보물을 찾고자 하며, 보물을 찾고자 하는 소망을 품은 채 팍팍한 현실을 살아간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진정한 보물을 찾아낼 수 있도록 온 우주가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며 감히 해보겠다는 용기! 꿈을 꾸는 것이 이토록 소중하다는 깨달음을 고마운 이 책이 내게 알려주었다.



Top 3.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방법을 알려준 데미안

책을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읽기 시작할 무렵 유명했던 작품을 다시 접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이끌리듯 집어 들었던 책 '데미안' 역시나 감흥이 달랐다. 특이한 문체여서 읽는 것이 쉽지 않은 듯했지만 어느새 빨려 들어갔고, 문장의 의미를 되새기며 꼭꼭 씹어먹고 있었다. 주옥같은 말들이 너무도 많아서 다 적을 순 없지만 울림이 컸던 문장들 위주로 기록해보겠다.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진 마시오. 가령 자연이 당신을 박쥐로 만들었다면 타조가 되려고 애쓰지 말란 말이오. 당신은 번번이 자기를 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는 보통 사람과 다르다며 자신을 자책하고 있소. 그런 생각을 버리시오. 불을 들여다보고, 흘러가는 구름을 보시오. 그래서 어떤 예감이 당신을 찾아들고 당신의 영혼 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그것들에 당신의 몸을 맡기시오. 그것이 선생님이나 아버지, 혹은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는지를 뭇지 마시오! 그런 물음이 사람을 망치는 거요.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은 안전하게 인도 걸으면서 화석이 되고 마는 거요.

불을 들여다 보고,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영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아를 발견하라는 말이 자아를 탐구하고 싶은 나의 생각에 방법을 알려주는 듯 길잡이가 되었다.


내 내면에 집중해서 상상해보고 나의 물음들에 집중해서 그에게 향하면 되었다. 그러면 질문에 집중했던 내 영혼의 힘이 대답을 가지고 내 마음속으로 되돌아왔다.

나의 내면으로부터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명상을 하고 싶었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몰라서 질문했던 나에게, 책 속에 들어있던 간략한 문장을 통해 명쾌한 답을 찾게 해 준 것이다.


때때로 나는 미래의 형상과 함께 놀았고, 혹은 시인으로서 혹은 예언자로서 혹은 화가로서 혹은 다른 어떤 것으로서 나에게 부여되었을 역할을 꿈꾸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각자를 위한 진정한 천직이란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단 한 가지뿐이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임의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는 것이며, 그 운명을 자신의 내부에서 송두리째, 그리고 온전하게 끝까지 지켜내는 일이다. 무섭고 경건하게 그 새로운 생각이 내 앞에 솟아올랐다. 그것은 이미 몇백 번이나 예감되어 왔고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된 적이 있었지만 나는 이제야 겨우 그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나는 자연에 던져진 돌이었다. 불확실하고 새로운 것 속으로, 어쩌면 허무 속에 던져졌을 것이다. 자연에 던져진 것을 나를 본연의 깊이에서 움직이게 하고 그 의지를 나의 내면에서 느끼면서 송두리째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만이 나의 천직 같았다.

내면으로부터 자아의 응답을 받고, 드디어 자아실현을 발견하는 이 대목을 감명 깊게 보았다. 자기 자신에 대해 느끼고 깨닫는 것이 자아실현인 것이다.


모든 진실과 진리는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데미안의 주장에 싱클레어는 자신도 모르게 비판적 사고와 자아의 새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 모든 것의 진실, 리에 대하여 왜 그런지, 사실인지 한번 생각해보아야 하며,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닌 유연한 사고, 비판적 사고가 자아를 발견하는 기술이 된다는 것을 알려준 대목이다.


무엇이든 우연히 발견되고 우연히 시작되는 것은 없다. 사람이 무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루어진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나를 얽매 오더라도,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집중해야 한다. 우리들 마음속에는 모든 것을 잘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들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 문장에서 소름이 돋았다. 3가지 인생 책 왓칭, 연금술사, 데미안에서 모두 하나같이 말하고 있는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들 말고도 이후에 내가 끌렸던 책들에서는 마치 짠 듯이 모두 저 이야기를 하곤 한다. 어쩌면 내가 얻고자 하는 내용은 모두 같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고 언제든 되돌아가며, 사는 동안은 내면에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 나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방법인 것 같다.





여기까지 인생 책 3가지를 장황하게 기록해보았는데, 이 고마운 책들을 철부지 어린 시절에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을까? 하고 질문해본다.

내 대답은 단호하게 'NO'


아마 또 눈만 열심히 읽었을 테니까...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남녀가 서로를 향해 불이 붙을 수 있는 인생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져야 하듯이, 독서에 불이 붙으려면 현재 고민거리에 답을 구할 수 있는 책과의 만남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들을 만날 당시에 나의 상황은 거친 현실 속에서 자유와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매우 상승된 상태였고,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었으며 그렇게 되기 위한 방법이 매우 궁금한 상태였기 때문에 책들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아가 고통을 겪고 있었던 시기에 만나, 나의 고통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방향까지 제시해주었던 책들이었기에 눈이 아닌 가슴으로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인생 책을 만난 이후로도 나는 살아가면서 질문거리, 고민거리, 즐거움 등을 찾고 싶을 때 주저 없이 책으로 향한다. 잠시 책 속 세상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커다란 힐링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 그동안은 책을 통해 느끼고 발견했던 것들이 여러 권의 수첩 속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그때의 감흥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부터 만나는 책들은 브런치! 이 공간에 기록하여 언제 어디서든 꺼내어보며 고스란히 음미해보고 싶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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