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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Sep 08. 2023

나는 나, 너는 너














한동안 걸어 다니는 게 좋아 자전거를 안 탔더니 1층 화단 옆 거치대에 묶어 놓은 자전거 바구니에 쓰레기가 쌓였다. 주인이 손길을 안 주는 것은 대번 알아보는지 유일하게 내 자전거에 쓰레기가 쌓였다. 마음먹고 집에서 걸레와 비닐봉지를 들고 내려갔다. 쓰레기를 봉지에 담고 안장부터 핸들, 바구니, 본체까지 싹싹 닦아냈다. 알밤이 5살 때 구입해 8년이 넘게 타 쇠 부분에 녹이 슨 중고가 되었지만 내 첫 자전거라 애정이 크다.  자전거를 끌고 집 근처 자전거 판매점에 갔다. 

"오, 오래되었지만 눈에 익은 자전거네요?"

"네. 하하"

여기서 샀으니까 단박에 알아보신다.

바람도 넣고 기름칠도 부탁드렸다. 다행히 자전거에 이상은 없다.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았다. 한동안 안 타도 한 번 배워놓은 자전거는 몸이 기억한다. 자전거의 맛은 살랑이는 바람을 느낄 때다. 주변은 멈춰있는데 혼자 두 배속으로 움직이는 기분이 꽤 괜찮다.  중앙공원을 한 바퀴 돌고 집에 들어가려다 '몽'에 가서 자장면이 먹고 싶어졌다. 몽은 10년 넘게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하는 중화요리 식당인데 동네에서 은근 맛집이다.  도로 블록을 지레짐작해서 달리다 보니 식당보다 몇 블록을 더 가고 말았다. 아, 배가 점점 고파온다. 그때 저 너머에 짬뽕타운 체인점이 보였다. 그냥 저기서 먹을까? 갑자기 동해서 핸들을 돌려 짬뽕타운으로 들어가 자장면을 주문했다. 

배가 고파서 침이 고였지만 한 두 입 먹다 보니 후회가 밀려왔다. 역시 여긴 어디서도 맛볼 수 있는 흔한 자장면 맛이야. 그냥 '몽'에 갈걸. 다음에는 아이들하고 '몽'으로 먹으러가자.




주말인데 각자 그림 그리고 핸드폰 만지작거리고 공부하는 한낮의 집안 분위기는 재미가 없다. 

"얘들아, 엄마랑 도서관 갈래?"

동시에 대답하는 녀석들

"아니!"


요 녀석들... 따라나서면 자장면 사줄랬는데 굳이 싫은 애들 데리고 돈 쓰기 싫어 혼자 집을 나섰다. 책을 대여하고 '몽'에 들어갔다. 주문을 하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훑어본다. 자장면이 나왔다. 색이 진하고 야채가 푸짐하다. 사실 중화요리는 다 먹어갈 때쯤이면 속이 느끼해서 후회하는 메뉴이지만  '몽'의 자장면은 꽤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집에 오니 여전히 각자 삼매경이다. 앞으론 혼자 더 맛있는 거 먹고 다녀야겠다. 다음에는 말 안 하고 스테이크 썰고 오리라!

아이가 자라면 정신적, 경제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하지만 부모도 아이에게서 독립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독립하는 아이들이 종종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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