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일 3번째 별별챌린지를 마치며
글로 만난 사람들은 좀 특별하다.
브런치에 쓴 내 이야기는 누구나 검색해서 읽을 수 있지만 책과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읽지 않는다. 사실 나는 굳이 가족에게는 적극적으로 브런치를 알리지 않는다. 읽어도 표시 내지 말고 모른 척해줬으면 좋겠다. 읽는다는 것을 인식하면 글쓰기가 신경이 쓰일 것 같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는 가장 가까운 바운더리인데 의외로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나 속상했어..." 정도만 표현하고 말 때가 있다. 힘들다고 구구절절 말하다 보면 서로 불행 배틀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주제로 금세 넘어가서 하고 싶은 말이 잘리기도 한다. 그에 비해 글쓰기는 내 감정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다. 누구도 방해하거나 끼어들지 않는다. 내 관점에서 내 생각을 마음대로 자유롭게 쓰면 된다. 마음속에 있을 때는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한 상념이 쓰면서 정리가 한 번 된다. 글을 공개적으로 발행하면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데 그걸 의식하는 것만으로 무거움은 조금 더 가벼워진다.
글로 성장연구소 66일 글쓰기 챌린지가 끝났다. 이번 글쓰기는 손바닥이 나른하고 힘이 빠졌을 때가 많았다. 잘 쓰는 욕심은 부릴 수가 없고 무조건 다섯 줄 이상만 쓰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계속 쓰다보면 어느 날은 눈을 반짝이면서 글을 쓸 때도 있었다. 그런 글은 신기하게도 잘 썼다고 상을 주며 칭찬을 해 주었다. 밤 11시 30분에 와서도 글을 썼던 나, 여행을 가서도 글을 썼던 나. 분주한 날에 애썼던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친한 지인도 챌린지에서 함께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함께 한 시간이 오래인 만큼 신뢰와 믿음이 쌓인 관계다. 그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깊은 이야기, 아픈 이야기도 여러 번 나눴다. 그런데 글로 그의 삶을 읽으니 느껴지는 마음이 달랐다. 내부에서 나온 그의 생각과 마음은 더 아프고 절절했다. 글쓰기는 한 사람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는데 도움이 되었다.
제주로 여행을 떠난 50대 작가가 있었다.
여기저기 깊고 얕은 생채기가 난 인생을 돌아보기 위해 혼자 제주를 찾았다. 최대한 많이 걷고 사유하는 여행을 목표로 숙소를 자주 옮겼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무는 중 어둠이 가라앉는 느지막한 저녁에 같은 공간을 쓰게 된 젊은 여성 몇 명과 술자리를 하게 되었는데 여자들은 술이 들어가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고난한 인생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보기에 예쁘고 고생이라고는 안 했을 것 같은 여자들이었는데 세상에 멀쩡해 보여도 속은 겉에서는 알 수가 없었던 거다. 자신처럼. 수동적으로 한 발짝 물러나 있던 작가도 깊게 베인 상처를 드러내며 함께 펑펑 울었다는 것이다. 생전 처음 보는 서로에게 감정의 찌꺼기를 토하듯이, 배설하듯이. 다음날, 그들은 언제 그런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냐는 듯 멀쩡한 얼굴로 웃으며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한 후 헤어졌다고 한다.
글을 함께 쓰는 글벗과 내 글을 읽어주는 이들을 생각하면서 왜 50대 여행작가의 에세이가 떠올랐을까. 아마 그건 가족처럼 친밀하지 않기에 오히려 가장 내밀한 것을 드러낼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영화를 보듯, 소설을 읽듯 서로의 무거움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또한 내밀한 것을 엿보고 나면 나도 그만큼 내 마음을 드러내는 게 쉬워진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사는 게 비슷하구나. 그래서 가족처럼 가깝지 않으면서 내적 친밀감이 높은 특별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함께 글 쓴 글벗님들 감사합니다.
5조 김영하조 작가님들 감사합니다.
글쓰기 으쌰으쌰 힘주면서 이끌어주었던 연구원 작가님들과
김필영 작가님, 최리나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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