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밤에 남편과 대화를 좀 하다가 잠들었다.
남편에게 박수홍 부부도 서울 마리아에서 시험관 성공했다는 말을 하니 "마리아 산부인과가 너랑 안 맞는 걸 수도 있어. 두 번이나 유산했으면.
차병원으로 옮겨볼까? 강남 차병원이지?"
"전원 하면 또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고, 일일이 다 설명해야 하고, 의사 손이 바뀌면 적응하느라 힘들 테고 시술만으로도 힘든데 서울까지 왔다 갔다 지치지 않을까요?"라고 내 의견을 피력한다.
"그럼 그냥 건양대병원에서 하자. 건양대병원이 참 신뢰가 안 가는데... 근데 그 의사가 시험관시술도 하고, 유산클리닉을 운영한다고 하니까. "
대전에서 그나마 내가 믿고 다니는 병원은 마리아랑 충남대병원인데, 건양대병원은 참 정이 가지 않는다.
"올해 아무리 시술을 빨리 해도 내년에 애기가 나오겠네요.
결국 노산이네."라고 내가 퉁명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러자 남편이 한마디 한다.
"조급해하지 마, 이왕 늦어진 걸 어떡해. 그렇게 생각하면 더 속상하잖아. 그냥 내년에 낳을 거라고 생각하자."
나랑 띠동갑인 용띠 아이를 출산하고 싶었는데 계획이 틀어지니 조금 짜증이 난다.
내 나이 36살, 남편 나이 43살.
남편이 환갑이 되어도 자녀가 고등학생이라는 생각이 드니 정신이 든다. '대학교 등록금은 어떡하며 우리가 대학교까지는 보내줘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남편의 동료 여직원이 "37살에 애를 낳은 지인이 있는데 애가 똑똑하고 총명하대요. 37살에 애 낳아도 아이가 잘 자랄 거예요." 라며 37살에 낳는 아이도 괜찮다는 말을 하셨다고 한다.
물론 우리 부부를 위로하려고 하시는 말씀이겠지만 그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 호르몬의 영향 때문인지 주변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상처가 되고 울고 웃는다.
그래서 병원을 옮길 것인가. 말 것인가. 아직도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다. 마리아가 익숙하고 편하긴 한데 나랑 안 맞는 건가 싶고.
건양대병원은 병원에 신뢰가 없고.
인생에서 결혼 다음으로 가장 큰 고민이다.
차병원도 가보고 싶긴 한데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할 체력이 안 될 것 같고.
차병원에서 성공한 부부들이 많다고 하니 또 해보고 싶고.
내 인생에서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