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많이 받으세요
어릴 때, 내 이십대의 새해는 달콤하고 화려할 줄 알았다.
파티에서 키스를 하며 카운트다운을 맞는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가. 뭔가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에는 대단하고 화려할거야’ 라는 착각을 했다.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이다. 뉴욕에서 맞는 크리스마스에 환상이 있어서 작년에 극성수기 크리스마스에 뉴욕을 갖지만, 시차 때문에 여기저기서 졸았다)
어릴때는 가족들과 티비에서 제야의 종을 같이 보고 포옹하고, 아침에는 등산을 하고 내려와서 신선설농탕을 먹었다. 그것이 우리 나름의 family tradition이었다.
이제 우리동네 신선설농탕은 없어졌고, 오빠는 아내와 새해를 맞고, 나는 새해 전날 당직을 서는, 그런 모양이 되었다.
이십대에 자취를 한다고 뭔가 대단한 것을 하지는 않았다. 대학생때 친구들과 카운트다운 파티를… 했었나? 사실 기억도 잘 안 난다.
올해는 퇴근하고, 운동하고, 피곤해서 좀 잤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본 행운의 포도 12알을 따라해 보고 싶은 생각에 자정 직전 다시 알람을 맞춰 일어났다. 마켓컬리 새벽배송으로 받은 포도를 꺼내서 열두알을 다 먹는데 원래는 12초, 그러니까 1초에 한개씩을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2분, 그러니까 120초가 걸렸다. 딱 열 배가 걸린 셈이다. 그리고 나서 바로 잤다. 내일 또 출근 해야 하니까. 그리고 나서 역류성 식도염에 의한 통증에 새벽에 깼다. 정말 ‘어른’스럽기 그지없는 새해이다. 환상에 갇혀서 살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아져버리고 현실과 가까워져버린 새해. 그래도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했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운동도 하고, 포도도 먹고, 그럼 되었다.
오늘은 카페에 가서 new years resolution을 적을 것이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다짐들이라며 자조했지만, ‘혹시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