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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Jun 04. 2021

누가누가 내 편이게~

착한 말 나쁜 행동, 나쁜 말 착한 행동

도자기를 시작하다가 일이 여차 저차 되어 공방을 열게 되었다. 공방이라고 해서 딱히 사람들이 무엇을 배우러 오는 곳보다는 나만의 작업실이고 그 안에서 판매 제품을 만들어내는 나만의 아지트이다. 도자기에 나름 감각이 있는지 아니면 요새 트렌드를 운 좋게 잘 올라탄 것인지는 몰라도 만드는 작품들은 시간을 두고 하나 두울 나름 팔려나갔다. 아직은 속도가 느려 개수 자체가 적은 터라 수익이 많다 적다를 의논할 정도도 아니고 그저 월세 정도 커버하는 수준이다. 처음 작업실을 만들며 생각한 나의 취미생활을 공짜로 영위하기 위한 목표에 딱 맞는 수준이랄까.


하지만 SNS 홍보에는 조금 더 화려한 도자기들의 사진들이 올라가고 하나 둘 구매했던 구매자들의 만족스러운 후기가 주변 지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지 모르겠다. 애당초 처음 유아복을 시작했을 때에 제일 처음 조언? 또는 도움을 구했던 친한 친구에게 상처 아닌 상처를 입고는 지인들에게 "도자기의 도"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소문을 타고 알아질 수밖에 없었나 보다. 지인 자체가 많은 편도 아니라 구분하기 어렵지도 않지만 찾아오는 말과 태도가 참 헷갈렸다.


신기하게 도자기와 연이 되면서부터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지? 싶을 정도로 주변에서 도와주는 낯선 지인들이 좀 생겨났다. 이제 막 도자기를 알면서 같이 알게 된 사람들은 다양한데, 디자이너, 도예가, 사업가, 공무원, 주부 등 각각 분야는 또 달랐으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적극 지지해주는 신기한 사람들이다. "이거는 이렇게 해봐, 이것도 해봐, 거기 가봐, 이건 근데 좀 밝았으면 어때?"하고 평소 같았으면 내가 학을 떼고 싫어하는 잔소리나 내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 앞에서 주욱 늘어놓고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그 바쁜 와중에도 알려주려고 굳이 생각날 때마다 전화를 하는 몇몇이 있다. 또는 전혀 나와는 맞이 않는 친구인데 말이 길고 설명이 장황한 그 친구 역시 내가 회사에 계약한 게 있어서 직접 손을 써서 몰드는 떠 주지 못해도 옆에서 네가 뜨는 몰드를 자문해 줄 수 있다며 내 손은 쓰지 않겠지만 너의 손만 빌린다면 나의 머릿속을 그대로 내어주겠다는 친구도 있고 또는 "그냥 놀러 갈게"라고 해놓고는 내가 필요한 화분을 주문해서 내어주며 "선물이양~"이라고 말하고는 또 자기 할 일 하는 여기로 이사 와서 이제야 친해진 친구, 멀리서 홍보에 적극 동참하며 영상도 찍어서 편집해주는 8촌하며 겉으로는 요란스럽지 않지만 진심으로 지지해주는 이 들의 마음이 표면으로 드러났다.


"내가 여태까지는 사람들을 쓸데없이 가렸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느끼는 하루가 미처 끝나기 전에 정말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친한 지인이 올린 사진에 나의 도자기를 둘러 까는 듯한 뉘앙스의 피드를 발견헀다. 이전에도 본인 자유이긴 하다만 다른 제품은 홍보비를 받지 않고도 굳이 쓸데없이 상세한 후기와 찬사를 남기는 것을 여러 번 보면서 나에게는 메시지로만 "잘하고 있다, 신기하다" 칭찬이 오갈 뿐, 나의 제품과 그 어떤 관계도 없었던 걸 보고 그 사람의 눈에는 별로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그런 부류의 친구가 둘이 있다. 나의 그 싸한 기분이 아동복을 할 때부터 맞았던 것인지, 도자기 할 때에도 슬쩍슬쩍 팔로우는 하면서 제품에 대한 일언반구는 없었기에 내가 괜스레 칭찬을 받고 싶은 것일까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이 알 수 없는 마음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요 며칠 전 시어머니의 전화 넘어 목소리로 "아직도 팔리니?"라는 한마디에 그런 관계에 대한 유레카를 찾았다. "작업실 생겼는데 하나 사줘야지, 그래도 하나 사줘야지"는 정말 예의상 "하나 사줘야지"였지 마음으로 지지하는 것이 아닌 것에 대한 증거는 아직까지 1도 궁금해하지 않으신다. 아직까지도 남편에 대해서, 손주에 대해서는 궁금해서 어떻대니 잘 지낸다니 물어오셔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하나도 물어보지도 않으셨다. "한 번은 잘 돼가니?"라고 물으셔서 "도자기요?"라며 반가운 답문을 했지만 "아니, 우리 아들 말이야."라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시댁은 남편의 가족임을 되새긴 적도 있었다. 오히려 캠핑에 초대하면서 고모 선물로 금칠한 도자기 하나 만들어오면 어떻겠냐고 지금 당장 이야기하면 하루 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줄 아셨던 터라 이제 시작한 지 몇 달 채 되지도 않았는데 수화기 너머로 "아직도 공방 하니? 아직도 팔려?"라는 말이 비수에 꽂혀버리면서 내가 하는 일을 어떤 시선으로 보셨는지를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적나라하게 느껴버렸다.


쉬엄쉬엄하라고, 있는 것에 만족하라고 말로는 하면서도 주말 마다와서 공방 커튼 다는 거며 바닥청소며 굳이 굳이 하지 말라는 대도 정리까지 다 해주고, 벽지 시공비며 재료비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내가 작업할 것이 있다면 맘 편하게 작업하라고 남편이 출장 가 있을 때 토요일까지 근무하시면서도 주말마다 아이를 봐줬던 엄마와는 너무나도 상반되었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야아~ 천천히 해야 욕심부리면 몸 상해"라며 정말 욕심을 부리다 내가 피곤에 찌들까 봐 걱정을 아끼지 않는다. 찐 가족임은 그렇게 도와줘도 그 말 한마디에 욱하는 모녀관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하다가 약간 팔기는 애매한 도자기들을 친정으로 가지고 가면 이 이쁜 걸 전시해 놓지 왜 가지고 오냐면서 우리 딸 때문에 금 접시 많이 생겼다며 좋아하신다.


지인들의 이래 봐라 저래 봐라 하는 소리는 사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잔소리고 엄마의 걱정 어린 제재는 나의 오랜 역린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뱉는 그들의 말과는 다른 그 들의 협조적인 태도에 진짜 내편은 누구인가를 한번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는 나의 공방 오픈 기이다.




[진정한 마음은 태도 또는 행동으로 표현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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