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 어때?

아이들과의 긴 여행을 계획하다

by 최민정

prologue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무렵부터 종종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 같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원하는 나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집안 경제 사정은 나도 모르겠고 마음만은 진실했다. 당연히 아이들은 환호했다.


부족한 엄마표 공부에 호흡을 맞추며 하루하루를 리듬 있게 사는 아이들이 대견했다. 그리고 노력한 시간에 대한 보상을 근사하고 특별한 경험으로 선물해주고 싶었다.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하며 학기와 방학을 반복하는 비슷한 날들이 지나갔다.

‘언젠가 졸업여행을 갈 날이 오겠지.’라며 미뤄뒀던 여행을 큰아이가 5학년 2학기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이들과의 약속이었으니까. 먼저 아이의 취향을 살펴 나라를 정해야 했고, 그 나라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했으며 당연하게도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했다.


여러 번의 가족회의 끝에 우린 조금 긴 졸업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겨울방학 중 1월을 통째로 낯선 땅에서 생활하기로 한 것이다. 스치는 여행이 아닌 머무는 여행을 원했다. 명색이 초등학교 졸업여행인데 길고 강렬한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겁쟁이 엄마지만 결단은 가끔 단호한 편이다.

가족회의 내용과 여행 책자를 참고하여 목적지는 어렵지 않게 ‘사이판’으로 정했다. 비행시간, 날씨, 여행비용 및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취향을 고루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 사이판이었기 때문이다.

“가자. 사이판으로!”


아이들과 Daum 창에 사이판을 검색해보았다.


'서태평양에 있는 미국령 북마리아나 제도에 속한 섬. 466m의 타그포차우 산을 비롯해 산이 많은 섬으로 길이는 19㎞이며, 가장 넓은 지점의 너비가 9㎞이다. 기원전 2000년 무렵부터 차모로 족이 살았으며, 19세기에 캐롤라이나 족이 옮겨와 살았다. 16세기에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후 독일, 일본을 거쳐 20세기 중반 미국의 지배를 받다가 미국의 자치령으로 편입되었다.'


아이들은 한 달 살기가 결정된 후로 종종 기대감을 드러냈다. 따뜻한 날씨와 물놀이. 이 두 가지만으로도 아이들의 행복한 설렘은 지속되었다. 남편은 오랜 휴가를 쓸 수 없어 6일만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다. 나머지 24일은 엄마와 두 아이가 힘을 합해 사이판 일정을 채울 예정이다. 타지에서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근심이 있거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할 때 ‘뭐, 큰일이야 나겠어?’라고 생각해 버리고는 한다. 긴 여행을 준비하며 내내 되새겨야 할 말이다.


Why n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