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우리 집은 부자예요?
나도 중산층이 될 수 있을까?
요새 아이들은 집이 몇 평인지, 자가인지, 아빠 차는 어떤 건지 서로들 묻고 답한다고 한다. 이미 매체를 통해 많이 접해 본 이야기라 놀랍지는 않다. 그저 아직 사리 분별이 어려운 아이들의 대화쯤으로 여긴다. 아마 부모나 주변 어른으로부터 들은 내용일 것이다.
그런 질문을 안고 돌아온 아이들이 가끔 내게 넌지시 물어볼 때가 있다.
"엄마 우리 집은 부자예요?"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다. 돈 걱정 없이 사는 것이 부자의 정의라면 우리 집은 결코 부자가 아니다. 목돈이 드는 달에는 불필요한 지출을 자제하고, 마트에서는 이왕이면 할인된 상품을 고르며, 10년도 넘은 차를 몰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돈 걱정 좀 하고 산다고 해서 가난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아빠가 열심히 일한 덕에 자산은 매년 아주 조금이라도 늘고 있으며, 엄마는 생활비를 절약해 저축하고, 아이들은 제 나름대로 용돈을 아껴서 쓸 줄 아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심 끝에 이렇게 대답하고는 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너희들이 노력하고 있으니까 우리 집은 가난하지 않아."
우리나라는 돈을 기반한 잣대로 중산층인지 아닌지를 구분 짓는다고 한다. 아파트 평수, 통장 잔고, 월급, 자동차의 종류 및 해외여행 횟수 등으로 중산층을 정의하는 것이다. 이 기준이라면 우리 집은 중산층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걸로 우리 집이 부자인지 아닌지를 설명해 주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뜬금없지만 프랑스 중산층의 의미를 가져와 봤다.
-자유롭게 구사하는 외국어 하나
-직접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하나
-다룰 줄 아는 악기 한 가지
-남들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 한 가지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는 자세
-꾸준한 봉사활동
한국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노력하면 중산층이 될 성도 싶은 문구가 가득하다. 아이들이 또 같은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이야기해 줘야겠다.
"자, 우리 집은 말이지.
우리가 각자 성실하게 배우는 것들이 있잖아? 아빠 같은 경우 매주 러닝을 하고, 너희들은 피아노나 플루트 연주를 열심히 하고, 엄마는 틈틈이 글을 쓰고 있어.
주말엔 가끔 아빠와 너희들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하기도 하고, 작년에는 가까운 산에서 플로깅을 한 기억도 있네.
와! 우리가 지금처럼 노력하면 정말 부자가 될 수 있겠어."
외국어, 스포츠, 악기 등도 실은 어느 정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면 그게 곧 중산층이라는 대한민국식 정의는 어쩐지 좀 슬프게 다가온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무엇을 했을 때 중산층이 될까?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며, 이웃을 돌 볼 줄 아는 여유를 가지는 것. 그게 찐부자가 아닐까 싶다.
근데 사실은 나도 돈이 진짜 많은 부자가 부럽기는 하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이것저것 배우며 성장해 가는 지금의 시간들을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는 않다.
나는 중산층이 되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