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첫발이 제일 무겁다.

알고 나면 재미있는 것 투성입니다

by 최민정

추운 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3월도 저물어간다. 새로운 교실 속 학생들에게 3월은 새 신발을 신은 것처럼 설레기도 하고, 좀 불편하기도 한 기간이다.

하물며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진짜 꼬맹이들의 새 학기 적응기간은 더 매섭기만 하다.


내가 일하고 있는 어린이집의 아이들을 보면 그렇다.

갓 돌을 지난 친구들, 3월 첫 주에는 보호자와 같이 교실로 들어온다. 보통은 엄마와 함께, 간혹 아빠나 할머니 손을 잡고 오는 친구도 있다. 엄마와 함께 놀잇감을 탐색하며 새로운 장난감에 호기심을 보인다. 그렇게 엄마 품속에서 보내는 낯선 환경은 그저 신기한 탐험일 것이다.


3월 둘째 주에는 드디어 엄마와 어린이집 문 앞에서 헤어진다. 엄마와 처음 헤어지는 날, 엄마 품에서 떨어져 교실까지 걸어가는 뒷모습은 그야말로 위풍당당하다. 뒤에서 엄마가 따라오겠거니 생각하는 것이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인 찰나다.


엄마 없는 교실의 문이 닫히고, 다른 친구들의 엄마조차 보이지 않으면 그때부터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한다.

엄마의 부재를 인식한 후, 문 앞에 서서 절절한 울음이 시작된다.


그리고 엄마와의 분리 불안이 가장 심한 날! 바로 둘째 날이다. 이미 엄마가 교실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한 이후이기 때문에 두려움이 최고조에 달한다. 엄마는 교사에게 아이를 거의 던지다시피 안기고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헤어짐이 길면 눈물도 오래 맺히기 때문이다.

어제의 악몽을 떠올리며 아이들은 또 온몸으로 울어버린다. 교실 벽에서는 허술한 발음으로 엄마를 찾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면 아이들의 울음 끝이 점차 짧아진다. 간혹 어린이집 문 앞에서 엄마와 인사하는 여유를 보이는 아이도 생긴다.

참 다행이고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는 엄마와 헤어진 후,

혼자서 점심을 먹고,

그리고 낮잠을 자야 다시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걸 차츰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한 뼘 성장한다. 혼자 어린이집 교실에 도달하기까지 많이 울고, 아팠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아이들은 또 다른 세계를 만난다. 그리고 짧은 적응 기간을 끝내고 나면 봄부터 겨울까지 즐거운 일들이 가득하다는 것도 몸소 경험할 것이다.


40여 년의 인생이 언덕을 오르는 것처럼 지난할 때도 많았지만, 가끔은 유쾌한 여행의 순간도 있었다. 지나버린 세월 속에 내가 미처 도전하지 못한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망설이며 머뭇대던 순간들이 스친다.

학비를 걱정해 내가 원하던 대학을 선택하지 못한 일, 혼자만의 여행을 망설였던 일, 평소에 입지 않던 스타일의 옷을 결국 사지 않았던 일 등. 끝도 없이 많다. 내가 그동안 놓쳐버린 도전과 배움의 기회들.


‘한번 해보면 어떨까?’


문득 마음이 움직이는 일이라면 시간, 에너지, 비용 (적당한)에 구애받지 말고 한번 밀어붙여 보는 건 어떨까?

고꾸라져도 '도전'이란 이름으로 장한 일이니까.

잘 가꾸어진 화분 속 서양란보다 돌 틈에 핀 작은 들꽃 같은 시간을 살고 싶다. 바람에 꽃잎이 이리저리 흔들려보고, 뿌리로 간신히 버텨보고 싶다.

겨우 인생의 반절 정도 살았는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알지 못했던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지 설레고 기대된다.


어쩌면 좀 난감한 순간을 만나더라도,

그냥 한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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