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이 필요할 것 같은 이유

때가 되었습니다.

by 최민정

병에 걸렸습니다. 딸아이가 중2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자꾸 말대답을 하냐고요? 아닙니다.

화장을 하기 시작했냐고요? 그럴 리가요. 저도 못하는데요.

아이는 어느 날부터 멍을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대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계속 봐요. 대체 뭐가 있나, 한번 봤더니 그야말로 허공이더라고요. 마음이 헛헛한가 봅니다. 저는 많이 답답하고요.


저녁밥을 매일 짓습니다. 생리통이 심해도, 고된 치다꺼리를 끝낸 뒤에도 어김 없이요. 난 엄마니까요.

그렇다면 중2 딸은 뭘 하면 좋을까요? 맞아요. 엄마가 밥을 지을 때 이 친구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이유가 없어요.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그럼 뭘 할까요? 가만히 멍을 때릴 수 있는 사람은 흔들대는 모빌을 바라보는 신생아나 흔들의자에 앉아 먼 숲을 바라보는 노인 정도 있겠네요. 몇 분이면 말도 안 했죠. 30분씩 멍 때리는 건 좀 심하지 않나요? 제가 혹독한가요?


이상은 수학 교습소를 알아보기로 한 나의 기나긴 변명이었다. 엄마의 말에 힘이 빠질 때가 됐다는 걸 느낀다. 애 아빠와도 오랜만에 대동단결했다.


“보내자, 때가 되었다.”


그래도 오랜 기간 혼자서 잘해줬다.

나는 무리한 선행을 하는 대형 학원이 아닌, 옆에서 아이를 독려하며 성장시켜 줄 수 있는 교습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ㅇㅇ수학교습소

문을 열었다. 약속한 상담 시간인데 원장님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6인용 테이블에서 공부하고 있던 친구들은 나와 멍 때리기 선수를 힐끗댔다. 몇 분 후 원장님이 들어오시고 상담이 시작되었다.


“아이는 주어진 3시간 동안 앉아서 각자 진도에 맞게 다른 학생들과 수학 문제를 풀어요. 다 푼 다음 제가 채점을 해줍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풀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 해결하도록 둡니다. 그리고 새로운 단원이 시작할 때는 간단히 개념 설명 들어가고요.”


집에서 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친구들과 같이 한다는 것, 이곳이 공부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의 차이 정도가 다를 뿐. 아주 비싼 독서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놈의 ‘공부 환경’을 만들어주자고 거금을 들일 것인가.


#**교습소

문을 열 수 없었다. 유리문 바로 건너편에서 원장님과 아이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담 예약을 하고 왔지만, 아이들이 수업 중인 것 같아 들어가지 못했다.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원장님이 유리문을 벌컥 열었다.


“괜찮아요. 어머니, 들어오세요.”


50센티미터 앞에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들을 두고 상담이 시작되었다. 요즘 보기 드문 정말이지 열정 넘치는 분이었다.


“딸! 공부 열심히 하지? 선생님은 다른 건 몰라도 숙제 안 해오는 건 정말 개빡쳐!”


텅 빈 표정을 짓던 딸은 화들짝 놀랐다. 개...빡...치시는구나.

20여 분의 일장 연설을 들어야 했다. 청력이 너덜너덜해질 때쯤,


“선생님, 충분한 설명 감사합니다.”


라고 말을 끊어버렸다. 그래야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코 앞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했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중 2는 원래 멍 때리는 게 정상이니까 그냥 추후 관찰을 지속해야 하는지,

아니면 내가 개빡치기 전에 개빡칠 수도 있는 거친 원장님께 애를 맡겨야 하는지.


누가 좀 알려주세요.

진짜 모르겠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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