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그래서 뭐가 되고 싶다고?

너무 많다고 합니다.

by 최민정

나는 그랬다.

가방끈이 짧지만 운 좋게 대기업에 입사했다. 학창 시절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았지만,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어른이 없었다. 그래서 꼭 준비해야 할 시기에 중요한 걸 놓친 채 당장 해야만 하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큰 회사에 들어갔더니 월급을 많이 줬다. 퇴직한다고 했더니 퇴직금도 두둑이 챙겨줬다. 그저 월급을 기다리고, 보너스를 쫓다 보니 나를 잊고 살았다. 그래서 늦은 나이지만 나를 공부하고 탐색하는 중이다.


아이들은 그렇지 않기를 바랐다.

걸을 수 있게 되자, ‘현장 체험’이란 명목으로 많은 곳에 데리고 다녔다. 수도권에 있는 박물관, 과학관, 미술관 등은 반복해서 여러 번 간 곳도 많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다양한 것을 경험하면 자신을 향한 물음에 한결 답하기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제주도를 느리게 여행하다 만난 카페에서 아이는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관상용 하귤나무를 드문드문 심어놓은 카페 앞마당을 지나 차가운 시멘트를 바른 투박한 실내에서 한라봉 에이드와 크루아상을 먹었다. 아이는 대형 카페 곳곳을 살피는가 싶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건축가가 되어도 재미있겠네요.”


건설회사에 재직 중인 아빠는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재밌지. 새로운 건축물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일은 우리 딸 적성에도 맞을 수 있겠다.”


아이는 자신이 다녀본 곳 중에 어느 건물이 인상 깊었는지, 어떤 모양의 벤치가 아늑했었는지 읊기 시작했다. 에이드를 쪽쪽 빨던 입으로 미래엔 어떤 모양의 집을 짓고 싶은지, 그러기 위해서 학창 시절엔 어떤 걸 하면 좋을지 물어보기도 했다.


겨울의 제주를 품기 위해 도착한 귤 농장에서도 아이는 또 다른 길을 만났다. 작은 가위로 귤을 한 바구니 채우더니 지그시 제주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엄마, 제주도에서 귤 농사짓고 싶어요.”


아무렴, 네가 하고 싶은 일과 네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엄마는 이견이 없다. 아이의 세상에 즐거운 페이지가 쌓이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응원해 주기로 했다. 아이는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계속 재잘댄다. 귤 농사를 지으며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도 멋있겠다, 농번기에는 엄마가 내려와서 좀 도와줄 수 있느냐 물으며 벌써 공짜 노동력을 예약하고야 만다.


아이는 곳곳에서 꿈을 채운다. 하다못해 동네 공원길을 걷다가도,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때도 자신의 미래를 스케치한다.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연산도 좋고, 독서도 좋지만 아무래도 더 넓은 땅에 더 많은 새싹이 피어나지 않겠는가. 더 멀리 바라보아야 다양한 길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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