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제주의 숨결, 거문오름

다시없어야 할 그날, 그들 그리고 아픈 역사

by 최민정

한라산을 등반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한라산은 감히 나 따위가 등반할 수 없는 거산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제주 아래에서 바라본 한라산 전경은 사뭇 웅장하기까지 하다.


‘와, 설산이 이렇게나 신비롭고 감동적이구나.’


하지만 작은 화산은 나 따위도 오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새끼화산이라 불리는 오름을 검색했다. 검색 끝에 당첨된 곳이 거문오름이다.

조천읍 선흘리 및 구좌읍 덕천리 일대 해발 456m의 거문오름은 예약자에 한해 탐방이 가능하다. 그도 그럴 것이 2005년 국가지정문화재, 2007년에는 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보존하고 싶다면 오래도록 보듬고 아껴야 한다.

거문오름은 북동쪽 산사면이 터진 말굽형 분석구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다양한 화산지형들이 잘 발달해 있다. 그리고 원시림으로 뒤덮인 오름엔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끝엔 차마 눈으로 모두 담지 못 할 유적한 아름다움이 숨어있는 곳.


탐방 해설가와 동행하다 보니 유독 가슴에 맺힌 말이 있다. ‘일제강점기’가 그것이다. 1941년 12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후 본토마저 위협받게 되고, 지리상 전진 거점 역할이 가능한 제주도를 사수하기 위해 곳곳을 요새화했다고 한다. 그 시절 일본은 거문오름에만 10여 곳의 갱도 진지를 설치했다.


우리가 걷고 있는 삼나무 숲엔 얼마나 많은 제주의 아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동원됐을까. 굴을 넓히고, 땅을 파고, 식량을 나르던 그들의 얼굴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이름처럼 새까만 오름 깊숙한 곳에 묻혀버렸다.

금방 돌아온다던 아들은 전투를 위한 전쟁용품에 불과했을 것이고, 아이들이 먹기에도 모자란 식량은 전투식량으로 둔갑했을 것이다. 겪어보지 못했지만 눈에 선하고, 그들의 아픔을 들어보지 못했지만 절절하게 들리는 것만 같다.

습도 높은 기후 탓에 양치식물이 널린 거문오름엔 검푸른 숲보다 습하고 검은 역사가 있었다. 탐방 해설사의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과 아픔을 깨달을 수 있었을까.


“역시 알아야 더 많이 보인다고, 해설을 들으니까 한결 좋다 그치?”

“맞아요. 하얗게 눈 쌓인 곳에 제 발자국 첫 번째로 남기니까 너무 짜릿해요.”

나만 깨달았다고 한다.


KakaoTalk_20260221_104749820.jpg


이전 05화4. 미로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