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미로의 끝은 어디일까.
뻔한 하루를 살고 있는 아이들 같지만, 아이들은 작은 경험에도 자극받고, 생각의 물꼬가 트기도 한다. 이번엔 전에 걷지 못한, 예상하기 어려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 총길이 5.5km의 세계 최대 길이의 미로가 있는 메이즈랜드로 향했다.
메이즈랜드는 제주의 상징인 돌, 바람, 그리고 여자(해녀)의 모습을 형상화 한 곳이다. 계단을 올라 위에서 내려다보면 태풍, 해녀, 돌하르방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막다른 길, 더 빠른 길을 발견하기 위해 지도를 손에서 떼지 않았다. 맞추기 힘든 퍼즐처럼 비슷한 길이 너무도 많아 지도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해서 한눈에 막힘없는 통로를 찾기는 어려웠다. 왔던 길을 다시 가보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일의 반복이었다.
나는 미로의 어디쯤일까. 10년을 넘게 한 회사에 다녔지만 그게 나의 마지막 직업은 아니었다. 퇴사 후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고, 좌절하기를 반복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단단한 돌담이 있었고, 내가 원치 않은 길로 떠밀려 가기도 했다. 그 길에서 오랫동안 같은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일까.
나는 어떤 일을 해야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일까.
아이들을 돌보며 아이들과의 대화가 어른들의 그것보다 더 즐겁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이들의 집 공부를 도우며 내가 다른 엄마들보다 앞선 기대와 괜한 잔소리가 적다는 것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게 나의 미로를 지나는 중요한 달란트라고 생각한다.
100세 인생의 절반 가까이 살았지만, 아직 미지의 길을 반의반도 뚫지 못한 막막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내게 허락된 시간만큼은 나답게, 나를 위한 삶을 그리고 싶다.
하지만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지금의 일에도 이따금 막힌 시간이 찾아온다.
“왜 입술에 크림을 묻히고 난리야!”
올해 만 2세가 되는, 그러니까 2023년에 태어난 아이가 나에게 한 말이다. ‘난리’라는 어휘는 사실 아이의 입에서 나온 거친 언어를 순화해서 기재한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험한 말이 예쁜 입에서 나왔을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말은 아이의 세상을 반영한다. 아이의 집에서 어떠한 말들이 오고 갔을까. 이 사실을 부모에게 전하자, 부모는 재미있다며 웃었다고 한다.
타인에 대한 올바른 말 습관과 태도를 가르쳐주십사 이야기한 건데, 부모는 말 잘하는 아이의 귀여운 에피소드 정도로 넘겨버린 것이다.
‘오냐오냐 잘한다.’ 육아를 지양하는 건 아니다. 다만 긍정과 부정의 피드백을 적절히 사용해야 아이가 수많은 사람과 함께 살아갈 힘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부모의 편향된 육아 방식을 접할 때, 나는 가로막힌다. 막다른 길에 마주 선 것처럼 작은 한숨이 섞인다.
아직 나의 미로의 끝을 찾지 못했지만, 그 끝에 어떤 드라마가 있을지 모르지만, 막히고 새로운 길을 찾아 계속 걷는 일은 나를 확인하는 귀한 경험이기도 하다. 갈래 길을 만나 내가 어떤 일에 기뻐하는지, 내가 어떤 사건에 분노하는지 차곡차곡 쌓다 보면 나의 솔직한 감정을 읽고, 나의 반응을 관찰할 기회가 생긴다.
거창하지만 미로를 사랑하며 지내보려 한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길잡이가 되어 끝내 출구를 찾길 소망하지만 아주 천천히 미로의 끝에 도착해도 좋고, 중간에 멈추는 일에도 감사하려 한다.
나는 여전히 미로의 그 어디쯤에서 방황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