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맞군요.
스누피가든은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어른에겐 별 관심 없는 장소였기에 남편과 나는 카페에 앉아 휴식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오픈 시간이라 그런지 우리가 첫 손님이었고, 뒤를 이어 중국인 커플, 중국인 가족이 연이어 들어왔다.
키오스크에서 흘러나오는 AI음성은 중국어였다.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대화 역시 중국말이었다.
그런 기사가 떠올랐다. 중국인들이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를 통해 제주도 내 중국인 소유 부동산이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무사증 제도로 중국인들이 쉽게 제주도를 방문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관광지 곳곳에 중국어가 들리니 좀 이상했다. 솔직히 편치 않았다. 내가 극단적인 국수주의라서가 아니다. 단지 우리의 보물, 제주도를 언젠가는 타국에 빼앗기는 건 아닐까, 앞선 걱정에 괜히 속이 쓰렸다.
성산일출봉 입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모차를 끌고 온 중국인 부부, 렌즈가 유난히 큰 선글라스를 끼고 나란히 걷는 중국인 커플,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는 중국 사람들. 내가 비행기를 잘못 타는 바람에 상해에 온 건 아닌지 착각이 들 만큼 중국인 천지였다. 계속해서 속이 좀 아렸다. 재차 말하지만 중국 사람의 관광을 환영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언젠가 이 땅에서 우리의 향기를 찾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제주도가 중국인의 소유가 돼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어릴 적 땅따먹기를 할 때, 상대 친구가 돌을 튕겨 내 땅을 차츰 빼앗아 갈 때 조바심 났던 것처럼.
여행지에선 결코 반갑지 않은 불안과 걱정을 얼른 떨쳐버리고 싶었다. 마그마가 얕은 바다에서 분출하여 만든 수성화산, 성산일출봉 꼭대기에 오르기로 했다.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안 좋은 생각이 차츰 사라지는 경험이 많아서였다. 해발고도 180 미터면 우리가 자주 오르는 안산보다 낮은 높이라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입구에 들어섰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도 등재된 성산일출봉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각종 식물이 다양했다. 바람에 사락대는 나뭇잎 소리를 등 뒤로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 분화구에 도착한다.
“이모, 제가 사진 찍어 드릴까요?”
“와, 올라오길 잘했네.”
곳곳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계단을 오르며 빨라진 심박수가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정상에서 흐르는 소리는 모두 우리말이었다. 적어도 내가 성산일출봉 꼭대기에 오른 그날, 중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곳에서야 오롯이 한국 땅 제주도임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한국땅에서 한글을 쓰는 게 뭐 대수겠냐만, 그제야 비로소 안도했다. 마흔이 넘은지 오래지만 참 어수룩하다.
외지인들, 특히 중국인들이 서울이나 강남의 부동산 소유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가뜩이나 출산율이 적다며 망국을 운운하는 것도 늘 거슬렸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색이 빛바래진 않았으면.
이따금 제주도에 와야겠다. 종종 제주도를 언급해야겠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득히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서 그들의 언어와 문화가 오래도록 숨 쉬길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