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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자전거 Jun 20. 2019

5개국, 5개월, 7,200km.
그리고 두 바퀴

아시아 자전거 여행기 -  내 인생의 찬란한 자전거 여행 Prologue

['내 인생의 찬란한 자전거 여행' 도서 Prologue 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살찌는 걸 알면서도 한 달간 참아왔던 맛난 라면을 입에 넣는 순간, 평일 아침인 줄 알고 깼는데 주말이라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 내 고백에 끄덕거리며 손을 잡는 순간.


내겐 자전거 타는 순간이 그랬다. 자전거를 탈 때 가장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키가 160cm도 안 되었을 꼬꼬마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자전거로 여행했나 보다. 감기를 툭하면 달고 사는 약골 아이였지만, 자전거 여행이 유일한 치료약인 것마냥 열심히도 다녔다.


내 방에는 20년간 나와 함께한 세계지도가 있다. 바쁘게만 살던 20대의 어느 날, 벽에 걸린 세계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지도 위를 자전거로 누비는 상상을 했다. 전율이 흘렀다. 너무도 달콤해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잠깐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몇 달 내내 기분 좋은 떨림이 나를 괴롭혔다. 그 구애에 못 이겨 결국 떠나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세계지도를 바닥에 깔고 행선지를 고민했다. 비행기에 자전거를 싣고 가려면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는 기계치다. 자전거 탈 줄만 알지 기계는 잘 모르겠다. 결국 배 타고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중국과 일본이 눈에 들어왔다. 한 달이면 충분한 섬나라보다, 광활한 중국 대륙과 그 아래로 이어지는 동남아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후 2년.


5개월 여행 준비한다고 꼬박 2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어림잡아도 7,000km는 가야 할 텐데, 그 정도 공은 들여야 할 거 같았다.

집 뒷산을 오르내리는 체력 훈련은 물론, 각종 공구와 태양광 충전기, 구호용 정수빨대, 기타에 이르기까지 수십 가지에 달하는 물품을 깐깐하게 준비했다. 준비를 할수록, 처음 여행을 마음먹었을 때의 설렘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비장함으로 바뀌어갔다. 내가 여행 가방에 꾸역꾸역 우겨넣었던 것은 짐이 아니라 불안이었다.



웬걸, 여행 중간에 자전거와 모든 짐을 몽땅 도둑맞았다. 천운인지 한 중국 친구의 도움으로 자전거 여행을 다시 준비했다. 옷 같은 꼭 필요한 것만 채워넣었다. 딱 이틀이 걸렸다. 2년이 아니라 이틀이면 충분했다. 비워야 풍성해진다는 말은, 정말이었다. 짐은 없어져도 그만이니 배짱과 여유가 생겼다. 짐을 덜어낸 공간엔 대신 햇살과 강의 향기, 친구들과의 추억을 채웠다. 돌이켜보면, 자전거 여행을 하는 하루하루가 영화를 찍는 것 같았다. 주연 혹은 조연이 되어 현지 배우들과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이제는 평범한 직장인이 된 지금, 중국과 동남아로 출장과 여행을 갈 때마다 그때의 기억을 애써 더듬는다. 하지만 그날의 향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날의 이야기들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




이 여행기는 부드럽고 감성 충만한 티라미수 케익이라기 보다는, 

흙냄새와 사람 냄새 진한 파전과 막걸리에 가깝다.


다소 적나라하고 충격(?)적이지만 때때로 배가 아플 정도로 우습고, 때때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

이렇게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가득 찬 이야기들이 따스한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나는 ‘도전하는 청춘이 아름답다’, ‘포기를 모르는 젊음을 살아라’를 외칠 수 있을 만큼 

근사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10분 집중을 위해 한 시간을 딴짓하는 의지박약, 비둘기 날갯짓에 벌벌 떠는 겁쟁이, 

조그만 상처에도 손가락이 잘린 것처럼 호들갑 떠는 엄살쟁이다.


이 책은 나 같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커피 한잔 손에 들고 부담없이 읽었으면 좋겠다. 

힘든 세상살이에 깊은 위로는 못 되더라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의 얼굴에 폭소, 

아니 작은 미소라도 퍼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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