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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자전거 Sep 05. 2020

한국기업 vs 중국기업_
근무시간에 관하여

직장 생활하는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하루하루 격무에 시달려도, 나중에 뒤돌아보면 어느새 용케 많은 시간을 버텨낸 걸 느낄 수 있다.

월요일이라고 투덜대다가도 어느새 금요일이고, 어느새 월급날이고, 어느새 연말이다.


나도 그렇다. 

산업도, 직무도 완전히 다른 회사와 포지션으로 이직을 했다. 그 때문인지, 첫 달은 정말 힘들었다.

회의/업무가 대부분 중국어/영어로 진행되는 까닭에 동료보다 정보도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하루하루 버티는 건 쉽지 않았지만, 뒤돌아보니 어느새 몇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처음보다는 업무가 상당히 수월해졌다.


지금까지 느낀 바를 토대로,

한국 기업과 샤오미 등 중국 IT 기업의 차이점을 간단히 정리코자 한다.

(물론, 내가 경험한 기업들 기준이다.)



[한국 기업]

내가 다녔던 H그룹에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확히 하루 8시간을 근무했다. (점심시간 제외)

원래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회사였고 야근도 잦았지만,

정부의 주 52시간제 실시 이후 180도 바뀌었다. 

컴퓨터는 5시가 되면 자동 off 됐고, 사람들 마인드도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박혔다.


심지어 점심시간은 1시간 반에 육박했다.

30분 점심 먹고, 불이 꺼진 사무실에서 매일 낮잠을 30분 이상씩 잤다.

그리고 오후에 집중해서 일하다가 5시만 되면 기다렸다는 듯 회사를 탈출했다.

누릴 때는 몰랐다.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는 워라밸 라이프가 얼마나 소중한지.




[중국 IT 기업]

예전의 알리바바나, 현재 재직 중인 샤오미나 모두 계약서 상에 공식적인 근로 시간은 8시간으로 적혀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은 유연하다. 근태가 유연해서 좋을 것 같은가? 

취침시간 빼고는 항상 근무시간으로 보면 된다.


샤오미에서 근무한 이후로, 

아침 출근할 때, 점심 먹을 때, 밤늦은 시간 잠자리에 들려할 때도

Wechat(중국의 메신저) 혹은 사내 메신저로 업무 지시가 쉴 새 없이 날아오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바로 전날 밤~새벽까지 쌓인 메일부터 먼저 열어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주말도 예외는 없다. 평일처럼 업무 지시를 받는다. 1달에 1번 정도는 주말 출근할 때도 있다.



그럼 공휴일은 어떨까. 공휴일에는 쉬겠지.


아니다.

한국 공휴일에도 일하고, 중국 공휴일에도 일한다. 마치 당연한 것처럼.


지난 광복절 대체휴무일 때다. 아이디어 회의가 6시간 동안 이어졌던 적이 있다.

밤 11시가 되어서야 회의가 끝났는데, 끝날 때 팀장이 아쉬움이 가득 찬 목소리로 

팀원들과 임원에게 한 마디 던졌다.


"앞으로 우리 공휴일마다 이렇게 마라톤 회의를 했으면 합니다."




도대체 왜 이러고 살까.

우리나라 기업의 워라밸 문화에 익숙해 있던 터라, 이직 초반에는 정말 짜증이 났다. 

원망 섞인 혼잣말을 수도 없이 읊조렸다. 주말에 투덜대며 업무용 노트북을 열 때면 자괴감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밤낮없이 죽어라 일하는 문화가

이는 중국 IT기업들의 빠른 성장의 원동력이자 경쟁력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샤오미 직원들의 머릿속에 하루 8시간 근무라는 개념은 희박하다. 

일을 많이 하고 고생하더라도 본인의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일적인 부분에서 더 많은 전문성을 쌓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도 그들에게 동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간혹 가다 5시 퇴근을 못하고 10분~20분 늦게 퇴근하게 되면 그날 밤은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근무 시간으로 회사와 신경전을 벌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하나라도 더 많은 일을 배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샤오미에서 일하는 동안은 하루 8시간 근무시간을 고집하는 건 의미 없다.

근무시간 개념은 잠시 접어두고, 본인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에 집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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