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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기 Dec 19. 2023

도시공원의 의미

공원(park)은 도시의 공간이다. 녹지가 풍부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따로 공원을 조성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산을 끼고 있는 한국의 도시들은 공원녹지축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산을 중심으로 계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평지(지목상 대지)인 영국의 도시들은 개발의 용이성으로 인해 공원이나 그린벨트를 미리 설정하지 않으면 건조환경에 쉽게 잠식되어 버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연환경을 즐기기 위해 귀족들이 그들의 대저택에 조성해 놓은 대규모 정원들은 현재 시민들을 위한 공공 공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셰필드의 많은 도시공원들은 과거 귀족이나 산업 자본가들의 땅이었고, 런던 도심의 공원들은 왕을 위한 사유 공간(私有空間)이었다.

이렇게 도시공원은 민주화 및 산업화의 대전환 속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후의 제스처였다. 지난 10월에 다녀온 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서 나는 산업화 초기 도시의 환경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매연으로 가득 찬 도로, 도로에서 길을 잃은 야생동물들, 근처 시장에서 날아오는 동물과 오물의 냄새, 길거리에서 냉장시설 없이 걸어놓은 고기 덩어리들과 피냄새, 무허가 판잣집들과 비포장도로에서 날아오는 흙먼지, 저 멀리 교외지역의 고급 단독주택지.

원래 산업화가 진행되던 19세기의 유럽 도시는 오염, 전염병, 범죄, 화재 등 혼돈의 중심에 있던 공간이었다. 당시의 교외화는 자본가들이 생존을 위협하는 도시환경을 벗어나 깨끗한 교외에 주택을 짓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도시에서 공공 공원은 일반 시민들(도시 노동자)이 숨쉬기 위한, 인간답게 자연을 느끼기 위한, 마음을 비워내기 위한 유일한 공간이었다.

아디스아바바를 둘러싸고 있는 교외공원이다. 아디스아바바는 해발 2천미터이고, 이 공원은 해발 3천미터가 넘는다. 도시에서 정상까지 차로 접근 가능하여 기능적으론 도시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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