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분업 사회에서 식(喰)의 모순

by Pimlico

산업화와 자본주의는 호모사피엔스가 20만 년 전에 출현한 이후로 인류가 영속하기 위해 가장 공을 들여온 먹는 행위를 생존의 가치에서 그저 그런 값싼 경제적 행위로 매도해오고 있다. 언제부턴가 자급자족의 능력을 상실해버린 분업 사회의 도시인들은 식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하는 행위조차도 시간낭비로 인식해오고 있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비분업적 행위(Anti-Fordism)의 비효율에 무의식적으로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역설적으로 상류층은 오토매틱 시계, 맞춤양복, 수제 치즈 등 이러한 비효율을 소수의 고급문화로 인식하고 즐긴다.


식(喰)의 본능을 억누르며, 되도록 빨리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다시 노동에 복귀하는 현대인들을 이성적이고 모범적인 문명인으로 받든다. 억눌렸던 본능을 폭식과 폭음의 한 끼 저녁으로 일부 해소하며 스트레스와 맞바꾼 합리적 소비라는 믿음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현대의 인공적 생산성의 가치는 인간의 자연적 본능을 앞지른지 오래다. 그럼에도 비만, 당뇨, 혈관질환 등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며 고통 받음에도 첨단의 의료와 약으로만 대응하려는 모순적 합리성을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행위는 가려진 채 현대인의 합리성은 무엇이고 이성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전 09화능력주의 사회와 도시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