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 사회와 도시공간

부유했던 부모세대, 가난해질 자식 세대

by Pimlico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현재 2030세대가 그들의 부모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못 살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부모세대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산층이 급속도로 성장했던 소위 황금기를 보낸 베이비붐 세대이기 때문이다. 1945년 이후부터 1960년대까지 역사상 유래 없는 세계적인 중산층의 성장이 일어났다. 경제적 성장은 중산층의 평생직장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회사의 몸집이 해마다 커지니 모든 사원의 평생고용과 진급이 가능했다. 이 점에서 한국의 높은 대학 진학률은 부모세대의 종신고용과 깊게 관련되지 않을까?


이전까지 영국의 서민들(working class)은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제대로 없는 주거공간에서의 생활이 일반적이었다. 종전 이후 케인즈주의 재정정책은 커뮤니티 중심의 주거환경을 빠르게 개선시켜 나갔다. 당시 고도성장을 하던 일본은 전 국민 중산층화를 구호로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었다. 중산층 내 집 마련의 수요로 인해 도쿄 교외의 타마 뉴타운 같은 신도시 개발이 일어난 것도 70년대 초였다. 이어서 한국의 1기 신도시는 90년대 초에 공급되었다. 1950-60년대 뉴욕에서 제인 제이콥스가 개발에 맞서 커뮤니티의 보전과 다양성의 가치를 내세울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사회의 주류로 올라서던 중산층의 성장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된다.


하지만 현재는 세계적으로 경제적 양적 성장이 멈추고 저성장 속에서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신자유주의와 함께 경쟁 중심의 능력주의 사회(meritocracy)로 변해가고 있다. 능력주의 사회는 구조적으로 보면 공정한 경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전통적 귀족사회(aristocracy)의 확장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유럽의 귀족들은 전문 경영인들에게 맡기고 지대와 비즈니스에서 오는 수입으로 사교 및 여가생활을 즐기며 살았다 (런던 버킹엄 궁전 근처의 Mayfair지역에는 당시 귀족들을 위한 젠틀맨 클럽들이 현재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현재 비싼 학비의 엘리트 교육을 받은 상류층들이 더 힘들게 일을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마크 주커버그, 빌 게이츠를 보라!). 예일대나 하버드 같은 소위 미국의 명문대들은 1960년대 전까지는 백인 상류층에 부모님이 졸업생이면 쉽게 입학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철저한 경쟁 시스템이다. 하지만 한국의 명문대와 마찬가지로 이 경쟁은 부모의 재력과 관련된다.


자유주의와 결합된 능력주의는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위해 공공공간의 공공성을 파괴해나가는 것조차 허용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되어 2018년에 종료를 선언한, 영국의 민간금융이 주도하는 공공사업(Private finance initiative, PFI)의 실패 사례는 이 문제를 잘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현재 주택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물리적 공급의 문제일까? 아님 부의 분배의 문제일까? 기반시설이 양호한 도시지역의 토지는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반 상품처럼 주택을 무한정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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