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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 May 19. 2019

큰아들

필리핀에 영어공부를 하러 떠났던 녀석이

애초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돌아온지 벌써 3주가 다되어갑니다.


한심하고 또 한심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이해도 됩니다.

그래도 조금 더 버텼으면 하는 미련은

순전히 내 몫입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떠났기에 엄연히 중졸 상태입니다.

지금 사는 아파트는 너무 비좁아 애아빠는 큰놈의 성화에 못이겨 근처 오피스텔 월세를 구해줬습니다.

다음달부터 검정고시 학원을 다닌다고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니, 아니 뭘 하고 싶니

나도 아직 모르겠어

음악을 하고 싶은데

음악...


주말마다 혹은 평일에 큰아들과 나누는 대화가 이게 다 입니다. 그리고는 난 또 다시 술에 기대어

없는 애정을 불러일으켜 온갖 긍정과 지지의 말들을 해줍니다.


이젠 더 이상 아이의 인생 항로를 정하는데 내가 끼어들 자리가 없음을 알게되었습니다.

포기.. 인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들이 어떤 선택과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던

내가 바라는 건

녀석의 자립, 건강, 행복입니다.


이제 나 혼자만의 욕심과 강요는,

내 품안의 녀석이었던 시간속으로 흘려버려야 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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