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마음, 그 너머의 화음...

죽이되든 밥이되든 그냥하기~♡

by 김민정

전국대회 1등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가진 합창단.

그 위엄은 결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낯선 언어가 있는악보를 받아들고,

나는 연필을 들어 그 밑에 투박한 우리말을 혼자 열심히 적기 시작했다.

자 바 다 바... 나 루 나...


이게뭐야 도대체~~~ㅎㅎ

뜻도 모르는 소리들을

받아쓰기하듯 빼곡히 적어 내려가며 생각했다.


이 생경한 소리들이 언제쯤 내 안에서 온전하게 나올 수 있을까..



연습실의 공기는 늘 팽팽하다.

지휘자 선생님은

일주일 내내 이 곡을 어떻게 하면

더 완벽한 하나의 소리로 빚어낼지

고민하고 오신다고 하셨다.


"제 노력을 봐서라도, 한 번만 더 듣고 와주세요."


그 간절한 목소리 뒤에는

아이패드 가득 적힌 복잡한 메모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

세 시간의 빠듯한 연습 시간 동안

누구 하나 지친 기색 없이 악보를 파고드는

그 열기 속에 서 있으면, 가끔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기도 한다.


사실 ...'아..좀 힘드네.. 계속할 수 있을까' 설임...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녹음된 연습본을 남편에게 들려주었다.


쉼 없이 쏟아지는 소리들을 듣던 남편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게 힘든데, 그래서 그만해?".

..


그 질문은 비단 남편만의 것이 아니었다.

내 안의 망설임과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들.

하지만 멍하게ᆢ나는ᆢ각않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아니~올해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냥 할 거야.

생각 안 해. 무조건 그냥 해.".


...


나의 뜬금없는 결기에 남편은

'너 뭐냐'는 듯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 웃음 뒤에는

아마도 무언가에 다시 몰입하기 시작한

나를 향한 안도와 응원이 섞여 있었단 사실을 나는 느꼈다.



합창단에 모인 이들 중 누구도

음악을 단순한 '취미'로 여기지 않듯 했다.

세 시간의 강행군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다른 선생님들을 보며..


음악은 남는 시간의 소일거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증명하고 찾아가는 삶

그 자체로 보였다.


나 역시도 그 열기에 전염된듯ᆢ

힘들다고 멈추기엔 이 노래 속에 담긴

'나'의 무게가 너무나 소중하다는 느낌..


*****
빙판 위에서 무슨 생각을 하냐는 질문에

"생각은 무슨, 그냥 하는 거죠~"라며

무심하게 웃던 김연아 선수의 표정처럼..


나 역시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오직 내 앞만 집중해 보기러 한다.


연습 중인 곡 <머나먼 길>의 가사처럼,

어쩌면 노래를 한다는 것은

내 안의 불필요한 생각과 욕심을 깎아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

길은 여전히 머나멀고...

가야 할 방향은 때론 안개 속에 있지만,

나는 이제 고민하고 싶지않다.


뜻은 몰라도 좋다... 일단 그냥하기.


지휘자님의 헌신과 단원들의 자부심,

그리고 나의 고민이 뒤섞여 만들어낼 그 화음을 ..


. 믿어본다.


To play a wrong note is insignificant;
to play without passion is inexcusable!

틀린음은 별 것 아니다.
그러나. 열정 없이 연주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ㅡ루드비히 판 베토벤


실수해도 괜찮다.
무언가 완벽하지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진심없이, 열정없이 사는건


나 혼자만 영원히 겨울 속에 고립되는 느낌이다..


내 앞에 당도한 봄의 온기를 천천히 느껴보기.

오늘 내게 필요한 건 오직 그 뜨거운 진.심.


이전 16화겸손에 대하여, 합창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