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은 속도를 결정하고, 겸손은 방향을 결정한다.”
“겸손하지 않으면 다 죽더라구요...”
삼국지를 다시 본다는 연예인 장도연의 연말 시상식 수상 소감이다.
내 머리맡에 꽂혀 있는 삼국지를 떠올린다.
나는 그동안 인물 하나하나의 성격과 전략을 보는 데에만 몰두했지,
그 이야기가 품고 있는 더 큰 숲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같은 책을 두고도..
누군가는 숲을 보고,
누군가는 나무에 머문다.
그 차이가 문득, 조금 부끄럽게 다가온다.
새로운 1월.
합창이 다시 시작되었다.
여러 이유로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현재의 합창단에서는
또 하나의 한 해가 오늘, 새로 열렸다.
악보를 받아든 나는
또다시 숙제를 받은 기분이다.
‘이쯤이면 되겠지’라는 ‘이쯤’이라는 기준 자체가
늘 저 높은 곳에 있는 듯한 세계... 어쩌면 나는 아직 그 ‘이쯤’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내 모든 감각을 다시 깨워야 하는 지점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두 배는 연습해야..
비로소 민폐가 되지 않는 자리에 설 수 있을...
나는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 다시 받아든 악보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무겁다...
꽤나...
마이크를 들고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노래하는 지휘자를
한참 바라본다...
그분만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사람들은
조금 덜 겸손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몹시 겸손해야 한다...^^
https://youtu.be/6rD-GpX9HAc?si=hm6atTt5nyRrkky6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얼마 전 지인과 <낭만에 대하여〉노래를 잠시 언급했었다.
최백호의 노래.
그런데 며칠 뒤, 올해 합창곡 목록에서 <낭만에 대하여〉를 마주한 순간
잠시 멈칫.
모든 것이 맞춰진 듯한 느낌이었다.
우연이라 하기엔 적절한 타이밍^^~
괜히 의미를 한번쯤 부여해보게 된다.
불교의 윤회사상처럼 이 세상의 많은 일들은
어쩌면...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합창도,
그런 우연이 아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
합창은
잘 부르는 사람의 무대가 아니라,
서로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실력보다 겸손이 먼저 일 수도 있겠다.
내 소리 하나만으로는 아무것도 완성되지 않지만,
볼품없는 내 소리도 아마 작은 일조쯤은?^^
한 박자 늦추고,
한 음 낮추고,
다른 목소리를 기다릴 때
비로소 하나의 음악이. 화음이 완성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소리를
감싸주기도 하고. 받쳐주기도 하며.
즉, 나를 드러내기보다
보조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이 합창이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했을지도...
자... 오늘 하루는 어떤 우연 같은 현실이 펼쳐질까.
오늘은 조금 더 겸손하게,
조금 더 성실하게 하루를 보내 보기러 한다.
겸손은... 나를 낮추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더 크게 보는 일일 테니까...
합창도 나의 일상도 차근차근 겸손하게 해나가기... 알겠지. 겸손 겸손 김민정 겸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