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비싼 값에 치렀으니, 이제 일해야지.

by 민지

마음 성찰연구소가 문을 닫았다. 언제 돌아올지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떠났다.

알바비가 들어와서 잠시 기뻤는데, 저녁을 먹을 때 30분 고민하다가 아구찜을 시켜 먹었다.


아귀찜, 26,500원.


언제는 컵라면으로 때우다가 아구찜을 먹는 나의 모습에 지난날이 떠올라 마음이 적적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2천 원을 아끼기 위해서 다른 것을 먹기 위한 나는 없었다.

나는 어제까지만 해도 3권의 책을 알라딘에 팔아넘길 의욕이 있었다.

돈이 생기니 왜 되려 의욕이 상실되는가. 빠져나갈 돈도 많으면서.


김밥 말고 다른 거를 먹고 싶었는데 알바를 마치고 나니, 혼자다 보니

가족 단위 식당은 나를 썩 반기지 않았다. 나도 웃어넘기면서 유유히 밖으로 나왔다.

거금을 들어 배민에서 아구찜을 시켰다. 먹어보고 싶었던 것이지만, 오늘은 당기지 않았다.

그래도 먹었다. 먹으니까 맛있지 않았다. 해물찜인데 해동이 덜 되었다. 웃으면서 먹었다.


"해물찜이라더니, 콩나물찜이네."


쓴웃음을 지으면서 머리를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머쓱 거리며 먹었다. 용기를 씻으러 가면서 되새겼다.

'내일 점심에 나눠먹으면, 점심값은 아낀 거야.' 그렇게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꿈과 낭만을 비싼 값에 치렀으니, 이제 일 해야지.

꿈을 꾼다는 것은 정말 비싼 것이었구나. 느꼈다.

정제되어 있는 나와 바쁘게 움직이는 사회현실을 바라보면서 같은 숨을 내쉬는 공통점만 있다.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무너지거나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남았다.


반갑게 "잘 지내냐?"라는 질문에

"요즘 힘들다. 막 내 마음대로 안 된다. 뭐랄까. 내 마음을 뽑아서 뭉개듯 그렇게 뭉개다 보면 떡도 안 되고, 지우개도 안 되는 사람이 되어버려. 그리고 또 종이 펴듯이 펴도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죽고 싶은 건 아닌데 내가 이 현실 속에서 멈춰버렸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하는 건 내가 멈추는 건, 이 세상에 없으니 또 죽고 싶은 걸 돌려서 말하는 걸까. 살기 싫은 것도 죽고 싶은 것도 아닌데 요즘 내가 나를 대하는 게 영 불편하고 미안해. 나에게 너무 미안한데 스물넷까지는 잘 살았으니까, 그 잘 산 값. 올해 내는 거야. 하면 또 할 말 없지. 뭐 그럭저럭 산다. 너도 행복하게 지내"


앞의 말을 꾹 지운다.

내 마음을 꾹 지우고 표백하듯 해 보면

"뭐 그럭저럭 산다. 너도 행복하게 지내."가 남는다.

맞지, 너도 무탈한 하루가 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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