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 프리(Barrier-Free) 사회. 글자 그대로 장벽 없는 사회를 의미한다. 장애인들은 살아가면서 여러 크고 작은 장벽과 마주하게 된다. 비장애인이라면 쉽게 넘을 수 있는 턱 하나,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위험천만한 리프트, 미비한 시각장애인 유도블록 등이 장벽에 해당한다. 이러한 물리적인 장벽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라는 심리적인 장벽도 때때로 장애인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곤 한다.
나도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으로서 여러 장벽을 경험했다. 먼저 나는 동네 친구와 밥 약속을 잡고 음식점을 검색할 때, 꼭 로드뷰를 켜서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아마도 휠체어를 이용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크게 공감할 내용이 아닐까 싶다. 계단과 턱의 유무, 2층 이상이라면 엘리베이터가 있는지를 항상 꼼꼼하게 확인한다. 그렇게 배리어 프리 시설이 미비한 음식점을 제외하고 나면,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심지어 어떤 곳은 로드뷰로는 미처 파악할 수 없었던 턱이나 계단이 있어서 당황하기도 했다. 특히 내가 다니는 대학교 주변에는 맛집이 많은데, 대부분 계단과 턱이 있어서 휠체어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했을 때, 모든 음식점에 배리어 프리 시설을 갖출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낮은 경사로를 설치하는 등의 작은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장애인이 방문할 수 있는 음식점의 폭은 보다 넓어질 수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경사로 설치하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 그 결과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이 많아져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내가 휠체어로 이동을 하며 실제로 겪은 경험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데 보통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나는 주로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통학했는데, 배치 시간이 불규칙하다 보니 종종 지하철을 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엄청난 고생길과 맞닥뜨려야 했다. 일단 한 번에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휠체어를 먼저 양보해주는 분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뿐만 아니라, 지하철에 설치된 리프트를 타고 환승하는 것도 난관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지만, 오래된 리프트에 휠체어를 싣고 움직이는 것은 다소 위험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예전에 한 장애인분이 신길역에서 리프트를 타시려다가 계단 아래로 떨어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 나도 가끔 그 사고가 발생한 신길역에서 환승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장애인 리프트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처럼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이동에 있어서 제약을 많이 받는다. 특히 저상버스의 경우도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장애인들이 저상버스를 타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휠체어가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아예 탑승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은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저상버스가 있음에도 오히려 사용하기를 꺼리고 있다.
신길역에 설치되어 있는 위험한 휠체어 리프트이다. 필자도 이 리프트를 이용한 적이 있다.
나는 주로 지체장애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지만, 다른 유형의 장애인도 여러 장벽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만큼, 사회적 약자가 경험할 수 있는 장벽을 타파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배리어 프리 사회를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좌절을 느꼈던 순간은 여러 사회적 장벽에 부딪히는 때였다. 12월의 어느 날, 나는 모두의 배리어 프리 사회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