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천국에 왔습니다. 몇 살의 모습으로 살고 싶으신가요?
어젯밤, 방영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 한 편이 시작됐다.
JTBC의 새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김헤자와 손석구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죽은 뒤 천국에서 다시 만난 부부가 서로 다른 시간의 얼굴로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는 설정.
삶과 죽음, 젊음과 노년, 사랑과 기다림을 뒤섞은 그 이야기가 꽤나 철학적으로, 그리고 묘하게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당신은 지금 천국에 왔습니다. 몇 살의 모습으로 살고 싶으신가요?"
만약 내가 죽어서 천국에 간다면, 그리고 다시 살아볼 수 있는 나이를 고를 수 있다면...
나는 몇 살을 선택할까?
곰곰이 생각하다 떠오른 숫자는 바로 스물아홉...
그때의 나는 방송일과 강의를 열심히 하며 스스로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던 시절이었다.
가능성으로 가득했고, 내가 원하면 뭐든 될 수 있을 거라 믿던 시절...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로 하루하루가 설렘이었고, 그와의 핑크빛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다.
서른이라는 경계 앞에서 조금은 두렵고 많이 설레던, 가능성으로 가득 찼던 나...
서른이 되던 해 나는 결혼을 했고, 서른하나에 첫 아이를 낳았다.
그 순간부터 나의 삶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을 계속했고, 양가 부모님과 남편의 든든한 응원 덕분에 비교적 단단하게 나를 지킬 수 있었다.
나는 그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살아낸 시간들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지금의 삶이 고맙고,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 속엔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작고 조용한 포기들이 있었다.
거절한 기회, 흘려보낸 제안, 머뭇거린 나의 결정들...
엄마로, 아내로 살아가는 동안 나는 한 번도 나를 미워한 적이 없지만,
가끔은 아주 조심스럽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를 떠올린다.
조금 더 무모하게, 조금 더 과감하게, 내 안의 무언가에 뛰어들었던 그 ‘가능성의 나’를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
나는 종종 세상과 조금 비껴 선 사람들을 바라본다.
예술가처럼 자유롭고, 모험가처럼 대담하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혹시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혹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조금 더 무모하게, 조금 더 나만의 욕망을 따라 살아볼 수도 있었을까?
나는 그 상상을 후회라고 부르고 싶진 않다.
그건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향한 건강한 호기심이고, 지금의 나를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한 사적인 여행이다.
내가 스물아홉이라는 숫자로 다시 살아보고 싶은 건 반짝이던 젊음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그때의 나처럼 조금 더 나를 믿고, 조금 더 나를 위한 선택을 하며 살고 싶다는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에게도 돌아가보고 싶은 나이가 있는가?
그 시절의 당신은 어떤 얼굴이었고, 무엇을 꿈꾸며, 어떤 선택 앞에 서 있었는가?
지금의 삶은 그때의 당신이 상상하던 미래와 얼마나 닮아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