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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 Mar 21. 2023

웬만해선 드라마가 될 수 없다.

06. 남자 안 붙는 말투, 스팸처럼 맛있게, 그리고 답장

#1. 정농원 밖 횡단보도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지수와 미자가 마주 서 있다. 정농원 앞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지수를 향해 미자가 손을 흔들어 아는 체를 한다. 건성으로 인사를 받는 지수, 전화 통화에 집중한 모양새다. 녹색불로 바뀌기를 기다리며 미자는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2. 정농원 앞 

횡단보도의 불이 녹색으로 바뀌고 정농원 앞으로 걸어가는 미자. 아직 통화 중인 지수 옆에 서 있다가 가게 안을 들여다본다. 

“또 훔쳐 갔다고” “CCTV도 있고 그런데 진짜 막 집어 가더라고 무슨 마트에서 장 보는 것처럼” 곧 전화를 끊고 한숨을 푹 쉬는 지수, 무슨 일이냐고 묻는 미자에게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 새로 왔는데 가게에서 파는 고기와 야채를 훔쳐 간다고 말하며 진저리를 치는 지수. 경찰에 신고는 했는지를 묻고 그 사람이 아직도 일하는 거냐는 미자의 질문에 지수는 거칠게 고개를 가로저은 후, 미자의 어깨를 감싸 안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3. 정농원 안, 1층  

빈자리가 없이 사람으로 가득한 실내. 곳곳에서 시끄러운 말소리가 오간다. 그때 가게 안으로 한 쌍의 남녀가 들어온다. 그쪽을 향해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를 한 후, 점원에게 자리를 안내하라고 이르는 지수. 지수는 미자에게 아래층으로 내려가라고 손짓을 한다.    

   

#4. 정농원 안지하 1층 

지하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는 미자. 점원을 향해 사장님의 친구라고 인사를 한 후 삼겹살을 주문한다. 10개가 넘는 테이블이 있는데 모두 비어있다.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미자.      


#5. 정농원 안지하 1층  

남자 두 명이 수저와 물컵을 들고 내려와 비어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남자 중 한 명이 뒤에 있는 지수를 향해 “아, 너무 시끄러워서 1층에 못 있겠어서요.”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지수는 그런 손님에게 죄송하다고 말한 후 목소리가 원래도 큰 사람인데 오늘은 더하다고 말을 보탠다. 직원에게 서비스로 음료수를 하나 가져다 드리라고 말하고 미자의 맞은편에 앉는 지수, 얼굴이 꺼칠하다.  

    

#6. 정농원 안지하 1층  

맞은편 지수를 향해 인사를 하며 남편은 잘 있냐고 묻는 미자. 그런 미자를 한번 흘겨본 후에 “남의 남편 안부는 왜 물어?”라고 뾰족하게 말하는 지수. 지수의 반응이 어이없는 한편 재미있어서 미자는 다시 한번 남편과 아이의 안부를 묻는다. “밥맛 떨어지게 남편 얘기 자꾸 할 거면 집에 가라 너.”라고 말하는 지수, 잠자코 입을 다물고 밑반찬을 먹는 미자.       


#7. 정농원 안지하 1층  

집게를 들고 불판을 향해 뻗는 미자의 손을 탁하고 친 후에 집게를 뺏어 들고 고기를 뒤집는 지수. 지수의 손길은 전문가의 솜씨다. 능숙하게 고기를 뒤집고 자르는 지수를 보면서 말을 건네는 미자. 가게는 잘 되는지, 손님은 여전히 많은지, 하루일과는 어떻게 되는지 등등의 일상 이야기를 이어간다. 미자의 물음에 건성으로 대꾸를 하던 지수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고기 굽기도 멈춘 후에 미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이거 위험한데?”       


#8. 정농원 안지하 1층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멍하니 지수를 바라보는 미자. 그런 미자를 흘깃 쳐다본 후 말을 잇는 지수.   

“미자 너 말투 말이야. 이거 이거 완전 남자 안 붙는 말투가 뱄다?”   

어이없는 표정의 미자. 미자의 반응에 아랑곳없이 말을 잇는 지수. 너무 가르치는 말투에다 상담원도 아니면서 상담을 해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일종의 긴장감이 없다며 그래서는 남자를 사귀기 글렀다고 말을 잇는 지수.  

“너, 그 말투부터 고쳐라. 그거 고쳐야 남자 붙는다?”   

    

#9. 정농원 안지하 1층 

그렇다면 남자가 붙는 말투는 따로 있냐고 묻는 미자. 

“그런 게 있지 물론”이라고 답하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 지수. 신이 나서 설명을 하려는 도중에 핸드폰이 울린다. 전화를 받는 지수, 1층에서 일하는 직원의 전화다. 시끄럽다며 항의하는 손님이 있다는 설명, 한숨을 푹 쉬고 전화를 끊고 1층으로 올라가는 지수. 지수가 손님을 달래는 목소리와 아랑곳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손님의 목소리와 그런 손님을 향해 항의하는 다른 손님의 목소리가 뒤엉킨다. 이쪽과 저쪽을 달래는 지수. 손님 한 명을 가게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지수의 목소리가 멀리 들린다.     

  

#10. 정농원 안지하 1층  

미자는 구운 고기 몇 개를 지수의 앞접시에 놓고, 기존에 담겨있던 식은 고기를 가져와 먹는다. 곧 1층에서 내려와 미자의 맞은편에 앉는 지수. 미자를 향해 입 모양으로 지긋지긋하다고 말한 후 고기를 집어 먹는다. 그래서 남자 꼬이는 말투가 뭐냐고 묻는 미자를 향해 그 이야기를 이어서 하기에는 이미 김이 새 버렸다고 말하는 지수. 그런 지수가 안쓰러운 미자, 비어있는 지수의 술잔에 맥주를 따른다.     


#11. 정농원 안지하 1층  

미자의 핸드폰이 진동한다. 핸드폰을 가져다 메시지를 확인하는 미자를 향해 “남자냐?”라고 묻는 지수. 지수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돈다.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답하는 미자. 미자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그래서 남자냐고?”라고 말하는 지수. 못 말리겠다는 듯 남자는 맞지만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일 때문에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미자. 본인이 왜 변명을 하듯 말하고 있는지 당황스러운 눈치다.      


#12. 정농원 안지하 1층 

메시지가 뭐라고 왔냐고 말하며 미자의 핸드폰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지수. 지수를 피해 핸드폰을 가슴께로 가져가며 그냥 스팸 메시지처럼 별 내용 없이 보냈다고 답하는 미자. 미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수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말한다. 

“그 남자를 스팸처럼 맛있게 먹으면 되겠다, 그치?”      


#13. 7016 버스 안 

한산한 버스 창가 자리에 앉아 바깥 풍경을 쳐다보는 미자. 이어폰을 귀에 꽂은 후 음악 어플을 보고 있다. 선뜻 음악을 선택하지 못하고 리스트를 훑어 내려가며 보는 미자. 갑자기 생각난 듯 메시지 함으로 가서 도착한 메시지를 가만 본다. 지수의 ‘스팸처럼 맛있게 먹으면 되겠다’라는 말이 떠올라 혼자 조용히 웃는 미자. 메시지 입력창에 글씨를 썼다가 지웠다가 다시 쓰는 미자. 잠시 후 전송 버튼을 누른다. 보낸 메시지 아래로 미자가 보낸 메시지가 보인다.  

[언제 한번 봬요] 

랜덤 재생을 선택한 후 창에 머리를 기대는 미자, 그때, 핸드폰이 진동한다. 도착한 메시지가 마음에 드는지 방긋 웃는 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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