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분신, 나의 스승, 나의 창조자 사랑하는 엄마에게..
매일매일 작별인사를 하러 들르는 엄마의 하얀 방, 머리 위 유리병 안에 고였다 천천히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신 뒤론 일상이라는 것과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거 같았다. 겨울방학 동안 고3 올라가는 딸아이 특강수업에 지장이 생길까 봐 착하고 순둥하고 귀여운 내 딸 수발에 온 정신을 빼앗긴 터였다. 그 아이를 위해 새벽에 새 밥을 짓고 찬을 만들고 과일을 깎아 올려 밥 한수저라도 더 먹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도시락을 쌌다. 그렇게 해도 반은 남겨와 버리기 일쑤. 일하고 돌아와서도 밤 아홉 시가 되면 한 시간 거리의 서울로 아이를 태우러 부리나케 차로 달렸다. 밤이 되면 서울로 빠져나가는 고속도로의 가로등불이 축제의 불빛처럼 나를 재촉하며 밝혀주는 거 같았다.
내 딸, 내 아기, 내분신, 내 청춘, 나의 햇살, 나의 양식, 나의 모든 것
그녀가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게 해줄거라는듯, 싫은 기색 없이 앞만 보고 달리던 하루하루. 매일 새벽여섯시에 일어나 밤 12시가 넘어야 하루 일과가 끝나고 곯아떨어지길 한 달 남짓, 새벽 네시에 예고 없이 울리는 전화벨소리. 어떤 미친 자가 이 시간에 전화를 하는가. 비몽사몽 전화기를 베개 아래에 푹 눌러 덥고 다시 기절하려던 순간, 전광석화와 같은 불안과 공포가 짜르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순식간에 감전이 왔다. 잠은 어디로 순식간에 도망가고 가슴은 미친 듯이 방망이질을 해댔다.
‘엄마, 엄마?!’
병상에 가만히 누워있는 엄마는 아주 자그마해 보인다. 설날 이후로 처음 보는 엄마의 얼굴이 갓난아기 같다.
‘엄마, 조금만 더 내 곁에 있으면 안 돼?? 아빠가 엄마를 아무리 찾아도 가시지 말고 아주 조금만 여기 딸들한테 있어줘요. 난 정말 엄마한테 잘해준 게 없는데.. 지금 가시면 나 너무 미안하단 말이야. 엄마가 나한테 차려주신 맛있는 밥, 백분의 일만큼이라도 잡숫고 떠나세요, 네?‘
내가 성인이 된 후로 매달 돈이나 몇 푼 드리며 으스대었지 한번 상다리가 휘게 맛있는 밥을 몇 번이나 차려드렸는가! 건강하시고 팔팔하실 적에 품에 꼬옥 안아드리지 못한 죄책감, 늘 사랑한다고 고마웁다고 말하지 못했던 미안함. 병실에 조용히 누워계신 엄마를 안아드리고 창백한 얼굴에 내 볼을 가져다 비빈다. 그리고 매일 길고 긴 작별인사를 한다… 이 길고 긴 작별인사가 일 년, 이년, 삼 년이라도 할 수 있도록 매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