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록 씨, 저를 울리지 마세요.

지름길로 가로질러 가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by 김문정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어떤 순간 갈림길 앞에 선다.

조금만 요령을 부리면 덜 힘들어질 수 있는데

조금만 눈을 감으면 처음의 내가 생각했던 길이 아니어도 더 빨리 갈 수 있는데

조금만 타협하면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더 쉽게 받을 수 있는데.

그 갈림길에서

누군가는 방향을 틀고,

누군가는 계산을 하고,

누군가는 아예 내려놓는다.

그리나 아주 드물게, 또는 어쩌다

남의 시선은 크게 상관없이 느리게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고집쟁이라고 지탄받는 것이 두렵지 않다.

최강록 씨를 보면

나는 자꾸 그 드믈은 사람들 생각이 난다.

억지로 잘하려고 애쓰는 사람도 아니고,

보여주려고 꾸미고 나대는 사람도 아니고,

느리더라도 요령 부리지 않고 한결같이 자기 속도로 가는 사람.

그를 보면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미련한 우직함에 눈물이 난다. 요즘 세상에

저렇게까지 자기 철학과 기준이 분명한 사람이 있나?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인다.

마치 일본 노포에서 반백년 한 음식을 만들다 허리가 다 굽는 줄도 모르고 살아온 장인들처럼…

요리는 결과로만 평가받는 일 같지만,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선택이 있다.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순간,

속도를 낼 수 있는 타이밍,

모두가 좋아할 만한 첨가물 또는 값비싼 식재료

남들이 다 쓰는 편법을 외면해야 하는 찰나들.

주방에서 일해본 사람은 안다.

정직함은 미덕이기 전에

체력과 시간과 금전을 갉아먹는 선택이라는 걸.

그래서일까.

그가 요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나는 자꾸 마음이 흔들린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영혼을 뺏긴 듯 일하고 싶다.

눈가가 젖어든다.

대중적으로 쉽게 떠올랐다가

쉽게 소비되고

다시 잊히는 인기가 아니라,

그저 자기 자리에서

같은 자세로

늘 불 앞에 서 있는 사람.

그 모습이

존경스러움에 앞서

안쓰럽게 보이는 이유는

이미 나는 이겨내지 못하고 내 자리를 털고 떠났기 때문일 거다.

뜨거운 불 앞에서

손을 데고,

허리를 숙이고,

뼈를 갈아 넣어

하루를 버텨본 사람은

계산기만을 두드리는 사람과 달리 얼마나 외롭고 힘든 길을 가야 하는지 안다.

그래서 그의 어수룩함이 빨리 튀쳐나가는 말보다

가슴에 와닿는다.

요리하는 사람의 고뇌는

성공과 실패의 문제가 아니라

끝까지 초심을 버리지 않고

자신의 기준과 철학에 의지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최강록 씨는

그 질문 앞에서

아직도 물러서지 않은 사람처럼 보인다.

그래서 부탁하고 싶다.

최강록 씨,

부디 쉽게 소비되지 마세요.

너무 높이 떠오르지 말고 빨리 내려오지 마세요.

당신의 걸음대로, 처음에 당신이 바라던 길로 묵묵히 가세요

정직하게 버티는 사람들이

아직 이 판에 남아 있다는 증거로

오래, 아주 오래 그 자리에 있어 주세요.

비겁하게도 이미 포기한 사람이 드리는 부탁입니다…